제일 사랑하는 영화 시리즈 중 하나인 미션임파서블.

딱 잘라 마지막 편이라고는 안 한 모양이지만, 어쨌든 시리즈의 파이널처럼 여겨지는 파이널 레코닝을 드디어 보고 왔다.

웬만하면 요새 시간이 부족해서 영화관 한번 가는 것도 약간 결심하고ㅋㅋ 가야 되는데, 미션임파서블은 영화관에서 봐야 되그등요. 무조건 그래야 되그등요. 십 년도 훨씬 전부터 그렇게 정해져 있다. (아쉽게도 초반 몇개는 너무 꼬꼬마라 영화관에서 못봤지만 ㅋㅋ)

미션임파서블을 보러 못 갈 정도의 시간 부족 인생은 아니므로, 쨌든 오늘 (월욜^_^) 퇴근하고 영화관 다녀왔읍니다.

 

확실히 장대한 시리즈의 마지막처럼 여겨졌다. 톰 크루즈가 영화 시작 전에 감사 인사를 건네고, 영화는 무수한 플래시백들을 보여주며 추억에 젖게 했다. 토끼발의 정체까지 엔티티로 엮다니 ㅋㅋ 새삼 이 시리즈가 오래되었고, 또 겹겹이 쌓인 시간만큼 관객들에게 감동을 주어 왔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솔직히 집중도가 좋았느냐 하면, 데드 레코닝보다는 그렇지 않았다. 중간중간 시간이 궁금해지는 때가 두세 번 정도. 많지는 않았다. 러닝타임 거의 3시간짜리 영화에, 심지어 (데드 레코닝에서 이어지는) 내용인데 이 정도면 준수한 편이었다. 

 

언젠가 썼지만 엄청나게 기대해서 영화관에서 본 속편들 죄다...죄다 노잼이었그등요^^...듄, 블랙팬서, 매드맥스까지도...

 

하지만 미션임파서블은 속편 지겨워하는 내게도 충실하게 도파민을 선사해 주었다. 최근의 그 어떤 속편들보다도 좋았다. 물론 이 영화는 엄밀히 말해 속편보다는 스토리를 마무리짓는 파트2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이 작품 자체가 (톰이 영화 시작 전에 말한 대로) 아주 훌륭하게 영화적인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었다.

 

소리와 음악, 화면, 흘러가는 모든 순간순간이 관객에게 특별한 영화적 경험을 선사해주기 위해 짜여 있었다. 거의 극도로 그러한 방향을 추구한다고 느꼈다. 훌륭한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의 극단. 그 중심에 서서 미친 액션을 소화하는 톰 크루즈. 마치 아득한 소실점처럼 느껴지는 영화였다. 이 지점을 초월할 수 있는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는 아마 수십년간은 안 나올 것 같다.

 

특히 후반부의 경비행기 전투씬은 진짜 손바닥이 찌릿찌릿했다. 미션임파서블 시리즈는 씨지를 별로 안 쓴다는걸로도 아주 유명해서, 물론 어느 정도야 당연히 씨지가 들어갔겠지만, 저것도 설마 진짜여? 미친거 아니야? 이런 기분으로 엄청나게 조마조마하면서 봤다. 이 미친 할배가(ㅋㅋㅋ) 스턴트를 진짜 어디까지 하는 거냐고. 진심 돈 거 아니냐고. 아무리 겁이 없기로소니, 저 정도면 뇌에서 공포를 느끼는 부분이 뭔가 잘못돼있는게 아닌가 싶을 지경이었다. 아울러 가브리엘도 이단만큼이나 미친 놈이라고 느껴졌다 ㅋㅋㅋ 미션임파서블 악당 하려면 저정도는 미쳐야되는구나 싶었음.

 

진짜 광기가 느껴지는 장면들이었달까. 액션 블록버스터도 이 정도까지 해버리면 그냥 예술영화 아닙니까...칸 베를린 베니스 오스카까지 걍 다 줘요...

 

공중전이 아드레날린 폭발이었다면 잠수함씬은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다. 심해 이미지에 특별한 공포를 느끼는 편은 아니지만, 물 속에서의 사운드가 극저음의 스코어와 맞물리자 내가 베링해 아주 깊은 곳에 처넣어진 느낌이었다.

 

얼음장같은 깊은 바다에 가라앉은 폐잠수함의 내부를 혼자 헤치고 들어가서 임무를 수행한다니 ㅠㅠ 그것도 수퍼솔져도 히어로도 아닌 그냥 일개 요원이. 아무리 영화라지만 말도 안 되는 스토리 아닙니까. 몇편이었나, 엄청나게 커다란 댐 속으로 다이빙하는 이단 헌트를 보면서 엄청 충격을 받았는데, 이번에는 인간으로서 본능적인 막막함을 느꼈다.

 

아니 이게 사람이 할 수 있는 임무냐고 ㅋㅋㅋ 진짜 미션 임파서블 아니냐고. 아 그게 제목이긴 하지만!ㅋㅋㅋ

물론 이단은 이 임무를 성공하는데, 생생한 시퀀스들을 보면서 진짜 인간이 어느정도까지 해낼수 있나 약간 경이로움 같은 걸 느꼈다. 거듭 말하지만 이 영화는 액션이나 스턴트에 씨지를 잘 바르지 않기 때문에, 경탄의 절반 이상은 영화를 만든 사람들과 연기하는 사람들에 대한 것이었다.

 

아무튼, 무사히, 영화는 결말까지 달려나가 액션 블록버스터로서의 소임을 훌륭히 마무리지었다. 나는 눈이 조금 축축해졌고, 역시 축축한 손바닥을 펼친 채 쿠키가 없음에도 엔딩크레딧이 끝까지 올라가도록 관객석에 앉아 있었다.

 

역시 나는 훌륭한 컨텐츠를 탐식하는 게 제일 즐겁다. 인생을 좋은 작품들로 한가득 채우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영화관을 나섰다. 밤 9시가 훌쩍 넘어 지하철 역까지 가는 길에는 부슬비가 내리고 있었고, 가방에 있던 우산을 꺼내 비는 맞지 않았다.

 

톰아저씨와 더불어 엔딩크레딧을 한가득 메운 어마어마한 제작진에,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 줘서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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