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내전 - 김웅

kim11 2018. 7. 31. 01:54

와우. 드디어 다 읽었다!

시작은 올해 1월이었다. 일 하는 도중에 정말, 저어어엉말 우연히 접한 도입부가 무척 재밌었더랬다.

헌데 일이 끝나는 바람에 미처 다 못 읽고 내려놔야해서 아쉬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번에 다시 어찌저찌 연이 닿아 다 읽게 됐다.

(도서관에서 예약을 했는데, 내 앞뒤로 예약자가 무섭게 차더라 ㅋㅋ)


기다리는 사람들 많을 텐데 연체하는 것도 맘 불편하고 해서 남은 마지막 5분의 1 정도의 분량은 오늘 도서관에서 다 읽고 반납하고 왔다.



음.

일단 글이 맛깔스러웠다. 기본적으로 다종다양한 분야의 책 읽기를 몹시 좋아하고, 책으로부터 받아들인 지식과 정보를 본인의 글에 섞어 능수능란하게 푸는 실력이 있는 사람의 글이었다. 게다가 문장이 아주 쫄깃했다. 발군의 유머감각이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 만들었다. 후반부에는 본격적으로 법을 사유하고 분석분석하고 철학철학하다 보니 문장이 그만 끊기지도 않고 5줄씩 넘어가는 법조인의 라이팅이 나와버리기도 했지만...그래도 기본적으로 재밌게 읽을 수 있는 문장들이었다.


내용은 또 어떠한가. 초반부 사기꾼들 에피소드 진짜 몰입해서 볼 정도로 꿀잼이었다. 나는 사기꾼 케이스들은 기본적으로 기회가 닿을 때마다 스터디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왜냐면 사기당하기 시르니까!!! 그래서 온갖 사기꾼 에피소드에 대한 전문적인 기술은 진짜 가슴이 뛸 정도로 즐거웠다. 아마 이 책을 몇개월만에 기억하고 기어이 다시 펼쳐든 건 팔할이 사기꾼 할매 덕분이리라. 하이타이 앞 부분까지만 읽어가지고 그게 계속 궁금했자나요...


암튼 그래서 책이 너무 재밌어서 앉은자리에서 거의 끝까지 술술 넘기며 봤다. 굳이 5분의 1을 남겼던 건 뒷부분 챕터, 즉 법철학이나 경제, 다양한 법적 쟁점 등등을 다루는 몇 가지 꼭지가 앞부분에 비해 상대적으로 노잼이어서였다. 그래도 꾸역꾸역 다 읽긴 했다. 놀랍게도 리트 논술시험에 등장한 이슈도 다루었더라. 1월에 읽었으면 시험지 펼쳐들고 깜놀했을듯 ㅎㅎ 

암튼 이 부분들은 도서관에서 안 읽었으면 미루느라 페이지 진도 안 나갔을텐데, 그래도 반납하러 간 거라 다 읽을수 있었다.


아 그리고 중간중간 일반적으론 잘 안 쓰이는 단어들이 쓰인 것도 좋았다. 유년기에 대백과사전을 달달달 외웠다는 저자의 말이 몹시도 신뢰가 갔음. 단어가 초면이라 국어사전 들춰본 건 초등학교 이후로 거의 처음이었던것 같은데!!!도 검색해봐야 할 단어들이 제법 있었다. 개개복초!!! 덕분에 어휘력도 쌓고 낄낄거릴수도 있어서 뿌듯했다.



암튼 즐거웠다. 배운 사람이 재간둥이처럼 문장을 풀어내는 책을 읽는 건 즐겁다. 물론 세상엔 형편없는 책들도 아주 많고, 사실 방금 읽은 존나 개쓰레기같은 섬숭오타쿠만화에 대한 욕포스팅을 하려 하기도 했지만, 역시 세상엔 읽어서 즐거운 책들도 많다. 검사내전처럼.


물론 웃고 넘길 에피소드들만 잔뜩 있는건 아니고 여러모로 생각해볼 쟁점들이 많이 담겨있기도 하(지만 물론 책장 덮고 다 까먹었)다.


그나저나 제목 검사내전은 검사외전(영화)의 패러디일까. 참고로 진짜 영화는 개노잼이었다. 강동원 영화면 아묻따 가서 보는데도 진짜...개연성도 없고 하여간 개 노잼...


판사유감도 위시리스트에 있는데 천천히 읽어봐야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