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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생한 영애 장르(?) 작품들 감상 모음

kim11 2018. 8. 11. 17:16

한때 판타지 소설사이트 조*라에서 회귀물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나는 노관심이라 1도 안읽었지만...인기가 되게 많았던걸로 기억한다. 요새도 그럴지는 모르겠네.

(참고로 이계 환생물은 여성향 남성향 불문하고 올타임 인기 소재인듯 하다)


암튼 비슷한 맥락으로 일본 여성향 웹소설 계에도 최근 영애 환생물이 유행하는 모양이다.


어떤 내용인고 하니....현대 일본에 살던 여자가 죽어서 자기가 플레이하던 게임/읽던 만화속의 인물로 환생해 살아간다는 식이다. 근데 그 환생한 인물이 여주 역할이 아니고 악역이나 악역에 붙은 쩌리인물이라는게 공통점.


즉 본인이 게임/소설 속에서 여주에게 패퇴해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던 악역 롤임을 깨닫고, 이 인생을 바꾸기 위해 기존 캐릭터의 행동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법으로 살아가며 생존을 모색한다는게 기본 뼈대다. 내가 본 거의 모든 작품은 이 기본 줄거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게다가 어느 중요한 순간(예컨대 남주에게 버림받는다든가 하는)에 전생의 기억이 쫘라락 돌아와 그때부터 새로운 삶을 살아가는 장면이 초반엔 거의 모든 작품에 등장한다. 이게 노오올랄 만큼 똑같아서 역시 하나 인기 얻으면 우루루 똑같이 따라하는건 어디나 똑같구나 하고 생각함; 무슨 작품이 젤 처음에 시작한건지는 모르겠지만;


암튼 나는 만화 번역본으로 처음 이 환생 영애물을 접했고 뒷 내용이 궁금해 검색을 해보니, 놀랍게도 죄다 웹소설이 원작이었고 친절한 네티즌들이 번역본을 블로그에 쫘라락 올려놓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국 만화로 접한 건 초반부뿐이고 완결까지는 대부분 이 소설 번역본으로 다 읽었다.

이하는 각 작품별 내용 감상.




1. 전생하니 순정만화의 백돼지영애였다


제일 처음 접한 일본 웹소설 원작 환생영애물. 

이건 여주가 순정만화 속 악역의 옆에 붙은 쩌리시녀롤로 환생했다는 설정이다. 이 쩌리시녀는 귀족집안 딸인데 무척 멍청하고 (제목에서 보이듯) 비만인데다, 악역인 공주 옆에서 시녀질을 하다가 만화속 여주 등장후 인생 끝장이 나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유년기 어느 순간 전생의 기억이 돌아온 백돼지 영애가 열심히 노력해 이 결말을 바꾸고자 애쓴다는 내용.


만화는 그림체가 되게 예쁘장하니 귀여웠다. 호리미야(원작말고 출판된) 그림작가인가 싶어 검색해보니 그런건 아닌 모양인데 엄청 비슷함...요즘엔 이런 그림체가 유행하나보다. 


암튼 백돼지영애 브리트니는 영지 경영+다이어트+성격개조 세 방면에서 노력해 기존 쩌리악역의 길을 탈피하려 애쓴다. 얘기는 12살 즈음에 시작되는데 나이를 먹어가고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영지에서 사업성공신화를 창출해 가고 미소녀가 되어가는 과정을 볼 수 있어 꽤 재밌다


소설은 번역본 기준 브리트니 15세인가? 까지 이야기가 진행되었고 아직 만화의 여주는 등장하지 않은 상황이다. 브리트니와 이어질 남주는 복흑st 사촌오빠 류제인지 약간 김첨지st 옆동네 귀족집 아들 리카르도인지 알 수 없는 상황. 말로였나 왕자는 캐릭터가 4차원이라 일찌감치 남주 후보에서 배제된듯; 내 촉은 남주가 뭔가 류제라고 말하고 있다...캐릭터가 훨씬 매력있고 비중도 큼. 

리카르도는 일러스트도 별무매력이고 그냥 브리트니랑 동갑인 애새끼처럼 느껴짐. 성장캐겠지? 난뭐 둘다 좋긴 한데 내 정서상 리카르도랑 되면 좋긴 함....


딴소린데 일본만화는 근친은 물론이고(이 경우 거의 의붓이고 이복이나 동복이더라도 나중에 알고보니 의붓이더라~로 얘기가 진행되긴 함) 존나 사촌정도는 별생각 없이 커플로 묶던데 난 이게 영 디스거스팅하다. 얘네 뭐 사촌은 법적으로 혼인가능한가? 그랬던거같은데...그렇다 할지라도 판타지 세계관에까지 이 정서를 끌고 들어와서 좀 짜증남ㅠㅠ


영지 경영 스토리는 이런 전개가 가능해? 싶을정도로 허술한데 이건 후술할 모든 작품들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점이긴 하다. 이 부분 뒤에서 좀 더 까보겠음.


소설은 소설이라기보다는 줄거리 요약같은 느낌이다. 대사가 적고 1인칭 여주의 시점으로 진행됨. 그 왜 유머게시판에 연재되는 썰에 더 가깝게 느껴짐.




2. 여성향 게임의 파멸 플래그밖에 없는 악역 영애로 전생하고 말았다


아 씨발 제목....

알고싶지도 않지만 일본 남성향 라이트노벨에 이런 제목이 유행하는거 같던데 나는 정말이지 극혐이다. 진짜 이쪽은 하나부터 열까지 거부반응 느껴짐; 물론 이건 여성향 웹소설인데 쨌든 유행에 편승한건지 이런 제목을 쓰고 있다. 공작영애의 소양 빼고 나머지도 다 이런 류인데...암튼 존나 길고 싼티나...존나 극혐...


암튼 얘도 만화 보다가 중간부터 원작을 찾아 보기 시작했다.

근데 보면 볼수록 노잼이고 오그라들어서 보는게 좀 힘들었다.

이유가 뭔고 하니, 이런 류 작품들이 모두 기본적으로 여주를 메리 수로 삼아 나온 것들이겠지만 이 작품은 정도가 좀 심하기 때문이다. 


여주는 여성향게임의 악역 롤 공작영애인데 일본인이었던 전생의 기억을 깨닫고 악역 캐릭터를 탈피해 흔한 일본순정만화 여주 성격이 된다. 그러자 남녀불문 모든 캐릭터들(친구, 엄빠, 하녀, 악역 기타등등 모두)이 여주를 존나 너무 좋아하고 사랑하고 목숨을 바치고 싶어 환장함. 아 정신나갔냐고....진짜 토나온다....


여주는 너무나 너무나 모두에게서 사랑받고 그어떤 모든 에피소드도 다 일본순정여주 특유의 히토리쟈나이 감성과 눈치없음으로 뜻하지 않게 해결해버린다. 대리만족도 정도껏이어야 볼만하지 이건 진짜 오그라들어서 계속보기가 좀 힘들었다 ㅠㅠ 게다가 어찌나 여러 번외편들이 등장해 모든 캐릭터들의 시점에서 여주를 찬양하는지 이건 이것대로 속이 좋지 않았음.


물론 이러면서도 완결까지 본건 여주가 악역루트를 밟지 않게 되면서 주변 캐릭터들이 원작의 캐릭터와는 달리 변모한채 성장하는 과정이 좀 재밌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게임의 원래 여주 포함 모든 여자 캐릭터들까지 여주한테 달라붙고 같이 도망치자 어쩌고 하는 부분은 영 흠좀무였지만;; 아무튼 여주(원래 게임상 악역) 하나가 개과천선(?)을 해서 주위 모든 캐릭터들의 캐릭터성이 변화하는게 오그라들지만 재밌었음. 근데 진짜 히토리쟈나이 감성이 너무 쩔었다. 최종보스악역도 넌 혼자가 아니야! 너의 다정한 차맛이 좋아! 이런 말에 무너지냐...


즉 캐릭터와 스토리는 습자지처럼 얄팍하다. 하지만 대신 어거지 영지 경영 시뮬레이션을 보지 않아도 되는 점은 마음이 편했다. 그냥 짧게, 그어떤 답답한 전개도 원치않고 후루룩 모두에게 사랑받는 공작영애에 이입을 하고싶다!! 하면 이 작품이 베스트 초이스일듯.


근데 결말까지 러브라인은 기대하면 안된다. 여성향 게임이고 주요 남캐가 4명이나 등장하지만 그흔한 연애 에피소드는 1도 없고 작중의 모든 캐릭터들이 여주한테 사랑의 작대기를 날리고 있지만 여주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둔감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진남주인듯한 왕자가 가능성이 좀 있어보이긴 한데...얘도 매력을 펼치기도 전에 소설은 끝남.




3. 악역 영애이므로 라스트보스를 키워봤습니다


역시 게임 여주에게 왕자를 빼앗기고 약혼 파기당한 악역 공작영애 스토리. 인데 나머지 악역 공작영애물보다 이건 그나마 좀 흥미롭고 재밌었다.


왜냐면 얘는 차이고 나서 본인이 살아남고자 게임상 악역인 마왕(인데 왕족인걸로 여주 로열패밀리 되는것의 복선이 깔린다 ㅋ)에게 찾아가 결혼하자고 들이대기 때문이다. 조신한 마왕은 여주가 막 들이대자 부끄러워함 낄낄 ㅋㅋ 이런거 좋읍니다...


얘도 마왕성 리모델링이랑 뭐 이것저것 사업을 벌리는데 화장품팔이도 했던 것 같다. 뭐 인스타그램 팔이피플도 아니고 환생한 귀족영애들은 왜케 화장품을 팔아대...


암튼 결말은 게임의 이 악역 영애와 마왕이 훌륭하게 여주와 남주(왕자) 자리를 뺏고 황태자와 그 약혼녀가 되는 걸로 끝났다. 게다가 원래 게임상 여주가 가진 성검의 천사?라고 마물 물리치는 능력도 이 영애가 뺏어와버림. 


뭐 내용 자체는 가볍게 읽기 좋았는데, 문제는 1부 끝나고 마무리가 됐으면 좋으련만 인기가 있었는지 2부 3부도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2부는 심지어 게임의 진여주가 본인도 환생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뭐 그렇게 시작되는거 같음. 찾아보니 원래의 영애쓰가 계속 여주이고 게임의 진여주(리리아)는 계속 악역으로 3부까지 가는 모양인데, 뒤에 계속 답답한 전개 계속되는거 같아서(ex 마왕의 기억상실 등) 난 그냥 1부까지만 볼게영. 듣기좋은 꽃노래도 1절까지지 같은 악역 내세워서 2절 3절하면 답답하고 짜증나서 보기시러영




4. 공작영애의 소양


역시 2, 3과 또옥같이 공작영애가 왕자한테 차이는 순간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고 시작되는 내용이다. 이거무슨 전래동화의 기본 틀도 아니고 왜자꾸 이렇게 시작하냐고 미쳤냐고;;;


나머지 작품들과 다른 점은 얘는 톤이 꽤 무겁다는 점이다. 다른 작품들이 좀 가볍고 코믹한 느낌이라면 얘는 궁서체로 영지를 경영한다.


그렇다.

내용의 85프로는 그냥 영지 경영이다.

이거는 오해하시면 안돼여. 이 작품의 장르는 진짜 그냥 영지 경영 시뮬레이션임.


주인공 아이리스는 전생에 세무회계사무소에 근무했던 경험을 살려 진짜류 영지 경영을 해 나간다. 내용인즉 화폐도입, 은행 등 금융시스템 구축, 사회 인프라 정비, 중간중간 왕도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이벤트(청문회나 재판 같은;) 참석, 전쟁 및 외교적 대응 등등. 여기에 로맨스가 끼얹어질 여지는 거의 없다. 중반에 정체불명의 비정규직 영지 관리가 등장하는데 누가 봐도 숨어있는 1왕자임을 알수 있고요. 그리고 얘도 등장한 순간부터...함께 영지를 경영한다. 예....


공작영애 환생물에 금태환이 왜 나와요. 보험이 왜 나오냐고....

이런 경영 시뮬레이션 류 좋아하면 재밌게 볼수도 있겠지만 나는 영 노잼이었다.


일단 여주는 전생에 경영자도 정치가도 아니었음에도 현대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거의 초인 같은 인사이트를 전 분야에서 펼치며 영지를 경영하는데, 그 어떤 예상치 못한 상황도 일어나지 않고 여주가 원하는대로 영지가 착착 발전해 가는것도 좀 납득되지 않았다. 


게다가 과연 기존의 사회 체제가 여주의 현대적(그들 입장에선 엄청나게 파격적인) 인사이트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도 의문. 모든 급진개혁은 대체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발생시키고 기득권및 기존 이익집단들간의 극렬한 충돌을 반드시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런 부분은 거의 묘사되지 않고 모두들 으쌰으쌰! 우리 아이리스 공작영애님을 위해 해내쟝!! 이렇게 이야기가 스무스하게 진행되구여....


예를 들어 그녀가 영내의 내로라하는 상인들을 쫙 모아놓고 프레젠테이션을 한번 한 것만으로 상인들이 대부분 은행 등 새 금융시스템을 도입하자는 그녀의 계획에 찬동한다거나. 아무리 영주 딸이라해도 학원에서 퇴학당한 열여덟살짜리 새파란 여자애가 듣도보도못한 개혁안 들고와서 이거 하자고 협조하라고 광광대면 내가 상인이라도 쉽게 안 따를거 같은디요...


내보기엔 저시대에 계층차별 없는 무상교육을 정착시키려면 농담아니라 최소 반세기는 걸릴거 같은데, 이 작품은 시간흐름상 몇개월 정도 안에 훌훌 일처리가 되어버린다. 심지어 결말부쯤에 영지에 위기가 찾아오는데 이 영지 사람들 교육을 받아서 문맹률이 낮아서 어쩌고...하던데 읭? 했음. 문맹퇴치가 그리 쉽게 해결될 것이었나여...?? 몇몇 문맹률 높은 현대국가들 눈감아...


암튼 그랬다. 납득되지 않는 내용을 읽는건 고역이라 적당히 스킵해가며 결말까지는 봤음.

근데 남주 영 매력없었음....뭐야 왕 자리 버리고 아이리스 기둥서방 됐자네. 난 차라리 기왕 이렇게 된거 알프레도가 왕되고 아이리스가 왕비 돼서 둘이 범국가적 개혁정책을 펼치며 나라 전체를 부국강병하게 만드는 결말이 되려나 했는데;; 


이거 보면서 느꼈다. 아무튼 신분도 과거의 이름도 다버린 왕자 남주한테는 난 매력 못 느낀다는걸;; 왕자 남주가 매력적인건 로열패밀리라서예요...미래 절대적인 권력과 부가 약속돼 있기 때문에...


암튼 분량도 많고 지루해서 고생했다. 가볍고 얄팍하게 캐릭터놀음 볼 생각이면 비추.






이외에 앨버트가의 영애는 몰락을 소망합니다랑 레이디 로즈는 평민이 되고싶어 요 두개도 만화 번역본으로 초반부 봤는데 원작 소설이 있겠지라...? 근데 원작 소설 찾아볼 마음도 안 날 만큼 둘다 별무매력이었다. 일단 앨버트가 영애는 원작이 많이 생략된건지 뭔지 왜 몰락하려는지 도무지 모르겠고요... 

레이디 로즈는 왕자 약혼자였던 여주가(이것도 똑같이 약혼파기 당하면서 시작됨 ㅋㅋㅋㅋ 아 작작하시라구요 ㅋㅋㅋㅋㅋㅋ) 평민돼서 무려 빵가게에서 일한다는 설정인데 역시 그닥 안땡겨서 패스. 다 너무 비슷비슷해서 슬슬 질려서 그런거일수도 있겠다.



뭐 암튼 이정도 보았읍니다.


그나저나 환생한 영애들은 하나같이 화장품이나 바디용품을 개발해 판매하던데 과연 문명발달수준이 근세 정도로 보이는 세계관에서 얼마나 이게 개연성이 있을까는 의문이다.


예를 들어 화장품이나 샴푸, 트리트먼트제를 개발해 대량생산및 판매하는 장면들이 흔히 나오는데, 화학에 별다른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알아도 취미 수준) 근세 수준의 문명 하에서 현대적 개념과 유사한 화장품 연구소 및 생산/판매 라인을 꾸려 나간다는 것부터 너무 거슬린다. 


보통 여주가 개발한 화장품이 왕도에서도 화제를 얻어 날개돋친듯이 팔린다는 설정이 흔하던데, 영지에서 왕도까지 화장품을 보존/포장/수송/판매하는 물류의 전 과정이 대체 어떻게 해결되냐고. 게다가 액상 제품의 경우 살균및 보존방법을 애써 생각치 않더라도 제품변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리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판매해야 할텐데 플라스틱은 둘째치고 최소한 유리병을 대량생산할만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면 이미 디젤엔진이 발명되었어야 하는 상황 아입니까...? 너네 왜 말타고 다녀...?


등등이 너무 거슬린다. 물론 이런거 생각 안하고 걍 그냥저냥 가볍게 보아 넘기면 되는데(아마 글쓴이들도 별 생각 없이 적당히 후려갈겼겠지), 이런거 신경쓰기 시작하면 못 읽습니드.....



그나저나 무슨 지역마다 전승되는 설화도 아니고 환생영애물 대부분이 똑같은 장면으로 시작하는거(약혼파기 당하면서) 너무 질리고 웃겼다. 얘들도 어지간히 하나 히트치면 복제를 엄청해대나봐...그나저나 저 수많은 영애물중 뭐가 원조고 뭐가 가장 히트했는지 궁금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