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막례, 이대로 죽을 순 없다
나는 박막례 할머니의 팬이다. '치과 들렀다 시장 갈 때 메이크업' 이 히트를 치기 직전에 유입돼서 할머니 유투브 구독자수가 늘어나는 걸 실시간으로 지켜보았으니 꽤 초창기 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부터 쭉 새 컨텐츠가 올라오면 바로 보는 '편'으로서 꽤나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덕후는 계를 못 탄다는 공식을 깨뜨리며 ㅋㅋ 운 좋게 실제로 뵙기도 했었다. 실제로 뵌 할머니는 유투브 컨텐츠와 똑같이 꾸밈이 없고 사랑스러우셨다.
아무튼. 그런 할머니의 편으로서 이 책을 이제서야 읽게 된 건 조금 늦은 일이기는 하다. 하지만 새해도 되고, 마음도 다잡을 겸 드디어 할머니의 책을 선택했다.
책을 읽기 전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평들을 언뜻언뜻 봤을 때 울었다는 표현들이 꽤 많아서 의아했었는데, 유투버가 되기 전 할머니의 젊은 시절 이야기를 보니 그럴만 했다. 나 역시 눈물을 글썽이며 봤네 ㅠㅠ 그 시절 많은 여성들의 삶이 그러했겠지만, 할머니의 삶 또한 얼마나 얼마나 힘겹고 고생스러우셨던지. 인생 힘들다며 툴툴대는 내가 부끄러워질 정도로 할머니는 힘든 삶을 씩씩하게 일구어 나가셨다.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그렇게 힘든 삶을 살아오신 할머니는 유투버로 변신해 제2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인간의 운명이란 게 오묘하다지만, 할머니의 삶의 궤적은 특히나 놀랍고 감동적이다. 마치 오랜 기간 희생와 고난을 겪은 선하고 평범한 사람이 거짓말처럼 보답을 받는 전래동화처럼 느껴진다.
할머니가 그 힘든 삶을 꿋꿋이 살아가며 홀로 세 자녀를 키우고, 그 자녀 중 하나가 딸을 낳고, 그 딸이 장성하는 수십년의 세월 동안 세상은 변화했고 유투브가 가장 거대한 컨텐츠 플랫폼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놀랍게도 할머니 아들의 딸, 즉 손녀는 (스스로도 몰랐지만) 컨텐츠 크리에이터로서 놀라운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가 우연히 손녀가 만든 유투브 컨텐츠의 주인공이 되는 순간, 빅뱅이 일어나 할머니의 70년 인생은 '부침개처럼 뒤집어졌다.'
지금 박막례 할머니는 모두에게 영감과 즐거움을 주는 유투브 크리에이터가 되었고, 이제는 전세계를 누비고 있다. 고통스러웠을 젊은 시절, 할머니는 70세 이후의 삶이 이렇게 되리라는 걸 상상할 수 있었을까. 할머니는 힘든 삶 속에서 모든 조건들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하나씩 하나씩 클리어했고 마침내 어떤 지점에 도달하셨다. 사람의 인생을 꽃으로 비유하자면, 할머니의 삶은 70년동안 차곡차곡 양분을 쌓아 마침내 활짝 개화하신 거다. 할머니의 아들이 장성하고, 그 아들이 딸을 낳고, 마침내 그 딸이 훌륭히 장성하도록 긴 세월을 지나. 그렇게 생각하면 참으로 우주적으로 오묘하고 아름다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할머니의 삶에서 용기와 위안, 그리고 영감을 얻는다. 인생은 한치 앞을 알 수 없으니 너무 괴로워 할 것도, 너무 들뜰 것도 없다는 것을 기억하자. 다만 묵묵하고 꿋꿋이 살아가자. 포기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