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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 고레에다 히로카즈

kim11 2024. 1. 27. 14:34

난 일본만화는 폭식하는데 일본영화는 거의 안본다.

영화 취향이 돈 때려부은 화려한 블록버스터라, 눈뽕 충족 못 시켜주는 일본영화는 아무래도 영화관에서 볼 일이 없고요.

그렇다고 집에서 OTT를 보는 것도 아니고...봐도 일본영화는 굳이 안 챙겨볼듯? 잔잔갬성물 거의 안보니까.

 

한국영화는 그래도 가족끼리 명절에 보기도 하고 천만 넘기면 최근 본 서울의 봄처럼 가서 보긴 하는데, 일본영화는 그럴 일도 없으니 여하간 볼 일이 진짜 없다. 선호도 비교하자면 헐리웃>>한국>>>>>일본(스페인 아랍 뭐 기타등등)영화인듯. 안 본다는 뜻이다 ㅎㅎ...

 

마지막으로 본 일본영화가 뭐였는지조차 기억이 잘;; 대학때(히익) 교양수업에서 토막토막 본 게 다같고, 온전히 다 본 일본영화는 고딩때(히이익) 학교나 뭐 어디 다른데서 틀어줘서 본 비밀 같은데. 그 히로스에 료코 나오는.

 

암츤 일본영화는 나랑 연이 닿지 않았다. 일본 컨텐츠에 끌리지만 2D 한정이고, 그나마도 텍스트 선호해서 애니는 거의 안 봄. 슬램덩크도 스킵했음. (만화책 완결까지 아직 못봐가지곸ㅋㅋ)

 

그럼에도 왜 괴물을 보러 갔냐면

1) 기한이 얼마 안 남은 관람권이 있었음

2) 근데 볼 만한 영화 너무 없음

3) 서울의 봄 보러갔을 즈음 언뜻언뜻 언급되는 걸 인터넷상에서 몇번 봤는데, 이게 아직도 상영을 하네?

라는 세 가지 이유에서였다.

 

듄2가 개봉했으면 당연히 그걸 보러갔을텐데 영화표 만료 뒤에나 개봉하고요? 따흐흑

마침 괴물은 찾아보니 거의 다 내렸는데, 집근처 영화관에서 오늘 아침이랑 저녁에 딱 두 번 걸더라.

본래 토욜 아침은 꿀잠자는 시간이지만ㅠㅠ 그래도 오늘 안보면 평생 이 영화 영화관에서 볼 일 없겠다 싶어 몸을 일으켜 합정 롯시로 갔다. 생각보다도 훨씬 가까워서 놀람ㅎㅎ 집에서 영화관 갈때는 앞으로 애용할듯. (이라고 해봤자 몇번 안되겠지만ㅋㅋ)

 

어우 서두가 길었네. 아무튼 감상이요.

 

10시에 시작한 영화는 쫀쫀하니 재밌었다. 두시간 훅 지나갔고 중간에 시계도 한 번(11시 30분쯤)밖에 보지 않았다. 일본만화에서나 보던 대사들(죽은 눈이라는 표현을 쓴다거나ㅋㅋ)이 나오는건 신기했지만, 확실히 만화랑은 결이 달랐다. 당연하겠지. 그거시 영화이니까 (끄덕)

 

암튼 스토리는 같은 상황을 여러 시점에서 다각도로 보여주는 방식으로 흘러간다. 사전 정보가 아예 없었기 때문에, 나는 괴물이라는 제목과 어린애 둘이 나오는 포스터만을 근거로 삼아 영화가 거의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누가 싸패 살인마일지 열심히 추리했다.

당연히 애 둘중 하나나 혹은 둘 다 싸패라고 생각했다. 아니 그게 보통의 일본영화 아닌가여(별로 본적도 없음)...?ㅋㅋㅋ

 

처음에는 미나토? 미나토 너 싸패여? 했다. 그러다가 호시선생이 미나토네 엄마랑 첫 대면하는 장면에서는 시발 너가 문제였구만? 아니 근데 학교 분위기나 쌤들 분위기 전반적으로 왜 이래...? 설마 교장이 싸패고 나머지 선생들 가스라이팅 중인가?! 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슬슬 요리가 전면에 등장하면서 어? 쟤 왜케 해맑...? 아 니가 싸패였구나! 했다. 호시선생이 짤리는데 요리가 해맑게 증언하는것부터 뭔가 뒤에 이야기가 더 있을것 같았고, 이야기가 호시선생의 시점에서부터 재시작될 즈음부터는 완전히 내용에 빠져들었다. (여전히 싸패찾기의 끈은 놓지않은 채로 ㅋㅋㅋ)

 

아무튼 결론은 내가 걱정하던 기분 더러운 스릴러 영화 아니어서 다행이다.

가장 놀라운 건 그 누구도 싸패 살인마가 아니었다는 사실. 두둥. 아 왜 낚아요 ㅋㅋㅋ

그 누구 하나 살해당하지도 않았고 어린애한테 괴물같은 살인마 연기를 시키는 영화도 아니었다. 화면은 대체적으로 소박하고 따스했고, 흘러가는 내용도 보기 그다지 괴롭지 않았다. 갬성 잔잔한 영화인데 괜히 쫄아들며 보게 되는 맛이 있었을 뿐.

 

같은 사건과 상황을 미나토네 엄마, 호시선생, 미나토 세 사람의 시점에서 반복해 보여주는데, 그 중첩 속에서 진실이 조금씩 드러나는 구조가 무척 재밌었다.

무의미한 대화, 버릴 씬 하나 없었다. 툭툭 던져진 거의 모든 정보들은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단서로서 기능했다. 영화는 차분히 흘러가는 것 같았지만 내내 밀도가 높았고, 그래서 지루할 틈이 없었다. 도파민 팡팡 터지는 액션 블록버스터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몰입해서 볼 수 있었을 정도로.

 

악인은 없었다. 굳이 따지자면 요리 애비가 아동학대를 하는 듯한 개새끼긴 한데, 직접적인 폭력의 정황은 또 드러나지 않는다. 애한테 "돼지 뇌" 운운한 건 당연히 아주 잘못된 짓이긴 한데, 뭐랄까. 내가 상상한 '아들을 학대하며 사람 죽이는 싸패로 키워낸 천하의 악질 범죄자 새끼'까지는 아니었고요...? 안타깝게도 현실에 있을 법한, 인생 똑바로 못 산 알콜중독 애비새끼...그 정도...

 

교장샘도 초반에 죽은 눈으로 미나토 엄마 대하는거 볼때 아 저사람 진짜 싸패아녀? 진정한 빌런아녀? 했는데 그냥 진짜 넋빠지게 상심한 사람일 뿐이었고요...호리선생이 너무 피해를 입었으니 일처리 개같이 한건 맞는데 손녀를 차로 치어 죽였으면 제정신으로 못살것같기도 하고....근데 남편이 빵에 들어간거같은데 친족끼리 저래 사고나도 빵에 들어가나? 신문기사 같은데 보면 집유 나오고 그랬던거같은데 암튼 이쪽도 사정 아니까 미워하진 못하겠더라 에구 ㅠ

 

호리쌤은 그 옥상 올라갔을때 떨어지나 마나로 영화의 결말까지가 결정될거라는게 느껴져서 엄청 집중해서 봤다. 이 사람 떨어뜨려? 그럼 영화상으로 싸패의 첫번째 희생자가 되는거고 안떨어지면? 쟤가 진실을 쫓게 되겠지 뭐 이런 느낌이었다. 결론은 안떨어졌고 뒷내용 궁금해서 빡집중해서 봤네. 암튼 본인 처지 힘들텐데 요리가 쓴 작문도 제대로 봐 줬고요 ㅠㅠ 참선생이었다. 

 

그리고 영화는 미나토의 시선에 이르러서야 왜 이러한 일들이 발생했는지를 보여준다.

아 뭐야. 동성애였나여...그런거였나요..... (약간 흥이 식어버림)

이뭐 싸패 아니면 퀴어냐고. 그거 말고 다른 신박한 소재는 없었나요.....

 

아니 갑분 동성애로 커브 트는 거 자체는 뭐 그렇다 쳐도, 초등학교 5학년은 좀 심하지 않나?...

진지하게 정체성 때문에 고뇌를 시키기에 초등학교 5학년은 그냥 너무 어리잖아. 친구 좋아할수 있지 그게 왜. 그걸 왜케 엄근진하게 그려요. 그게 동성이건 이성이건 굳이 그 순수하고 풋풋한 교류를 그런식으로 풀어냈어야 했나요...

미나토도 그렇고 요리도 너무 애기잖아요;;;; 너무 상애기인데;;;;; 탕후루나 호로록하고 포켓몬게임이나 할 애들을;;;;

 

반복하지만 동성애 자체가 문제라는게 아니다. 심각한 사랑 소재 얹기에 주인공들이 너무 어려서 몰입이 깨졌다고. 초등학교 5학년 여자애 남자애 둘 데리고 애절멜로 찍는거랑 같은 느낌으로 위화감이 들었다는 의미다. 그런걸 또 어른들이 소비하고....모를.... 막상 저 나이대 애들은 볼수도 없는 등급의 영화인데....

아 그리고 왜케 나름 컬트적(?)인 호응을 얻는지도 이해했다. 어리고 예쁜 초등학교 남자애 둘이 나오는 동성애 코드를 담은 영화...눈 뒤집혀서 환장하는 특정 팬층 너무 있을거같다. 참고로 이런사람들 나랑 졸라 결 안맞음^_^..

 

아무튼 영화의 구조 자체는 탄탄하니 재밌었고 전개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흥미진진했지만 위의 이유로 아쉬웠다.

나머진 뭐 좋았다. 화면도 예뻤고 그리 불쾌하지도 않았고 쏘쏘. 옆에 앉았던 분은 훌쩍훌쩍 우는거 같았는데....디즈니는 물론이고 신과함께 같은 신파에서도 시키는대로 오열하는 나는 울 포인트를 찾지 못하여 건조한 눈으로 나왔읍니다....아 결말에 애들이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좀 안타깝긴 했다. 

 

사실 보면서 내내 하 저 호리선생 인생 너무 조지신거같은데 복직할수있나?;; 애들이 다시 증언을 해줘야 되는부분 아닌가? 애가 불을 질렀구만 촉법이긴한데? 아니 저 요리 애비 저거 해결봐야 쓰것는데? 자격없는 것들은 애 낳으면 안돼 진짜 이런 식으로 졸라 현실적인 생각들밖에 안떠올라서^_^;;

 

아 음악은 고 사카모토 류이치가 담당한 모양이다. 좋았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