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 김보영

kim11 2024. 6. 16. 03:51

듄의 드니 빌뇌브 감독이 영화화를 준비중이라는 오보가 있었다는 소식에 ㅋㅋ 보게 된 책.

막상 그 기사는 읽지도 않았고요?ㅋㅋ 정확히는 영화 듄의 각본가 에릭 로스가 시나리오 작업중이란다.

 

아무튼 듄의 각본가가 잡을 정도의 작품이라면 봐야지.

소위 생산자 입장에서의 '인풋'이라는 걸 4월부터 시작한 이후로, 귀에 닿는 모든 컨텐츠를 다 접해보려 하고 있다.

영화건 드라마건 책이건 만화건 뭐건. 장르를 불문하고.

상당한 편식쟁이였던 나로서는 마냥 쉬운 작업만은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것보다야 훠어어얼씬 즐거워서 이것저것 게걸스럽게 먹어치우고 있다.

최근 핫했던 선재업고튀어도 봐야 하는데^^...이상하게 손이 안 가네. 원래 드라마 잘 안 보기도 하고.

 

암튼. 그 어떤 정보도 없이 어제 회사 도서관에서 빌린 책은 어? 싶을 정도로 얇았다.

동시에 아싸 싶었다 ㅋㅋ 분량 적으니 마음이 확 가벼워짐.

책날개의 저자 소개를 보니 sf 작가분이셨다. 홀? 이 작품 sf였어? ㄴㅇㄱ 상상도 못한 장르;

 

그리고 어제 자려고 누웠다가 그냥 볼까? 싶어서 슥 열어봤다.

뼈문과 입장에선 첫페이지부터 난항^_^...이었지만 아무튼 예비 신랑과 신부가 당장 못 만나는 상황이라는 것은 인지했다.

그리고 읽기 시작.

 

울었다. 따흐흑...

이렇게 짧은 작품으로 훅 세계관에 빠져들고 주인공의 심정에 절절하게 이입하게 만들다니요.

잘 몰라서 좀 찾아봤더니 한국 sf 문단에서 대표로 꼽히는 작가분이란다. 김초엽 작가도 영향을 받았다고.

이 짧은 한 권 보고 납득했다. 이런 분이 작가 하는구나 싶었다.

 

그리고 요건 트릴로지 중 하나인 모양이다.

이건 예비 신랑 입장에서 쓴 작품이고, 나머지 하나는 예비 신부 입장.

그리고 하나는 두 사람의 자식(결국 만난 모양ㅠㅠㅠ 해피엔딩이라 다행이야 ㅠㅠㅠ) 세대 이야기란다.

도서관에 있으면 봐야지.

 

이하는 인상깊었던 포인트들 정리.

 

- 우주적인 사랑 이야기였다. 그런데 이제 까마득한 공간 뿐만이 아니라 시간의 아득함까지 끼얹어진...(이 책에 따르면 공간은 결국 시간이라고 한다. 뭔가 아인슈타인 선생님이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걸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_^...)

 

- 로맨스는 보통 절절한데, 이 책은 남여주의 시공간을 통상적인 로맨스보다 훨씬 멀리 떼어놓음으로써 훨씬 강한 절절함을 획득한다. 그야말로 sf라서 가능한 로맨스였다.

그냥 좀 배경만 과학이 발전한 미래 세계인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sf의 장르적 상상력을 로맨스의 중심 축으로 썼다는 점에서 감탄이 나왔다.

 

- 편지가 하나하나 더해질수록 변해가는 남자의 심리 묘사가 인상깊었다. 다만 마지막 편지는 좀 읭스럽기도 했다. 배도 부서지고 혼자 교회에 당도해 벽에 붙은 노란 종이를 본 순간까지 서간체로 읽자니 좀 아쉬웠달까.

하지만 마지막만 화자가 현실로 갑툭튀할수는 없었겠지. 뭔가 소설적으로 맵시가 안나기도 하고.

 

- 타이틀인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는 결국 여자의 메시지인 걸로 결말에서 드러난다. 그럼 여자 입장에서 쓰여졌다는 '당신에게 가고 있어'는 남자의 메시지겠지? 어떻게 풀어나갈지 궁금하다.

 

+ 이건 인상깊었던 포인트라기보다 과학알못 우주알못 st알못 입장에서 걍 궁금한건데...

읽으며 이해한 바로는, 대충 광속에 가깝게 움직이면 시간도 거의 멈춘다는거 같다. 그럼 사람 몸도 거의 안 늙는건가여? 배 안에서 암튼 뭐라도 먹고 신체는 계속 대사작용을 할텐데 그래도?

그래서 남여주가 대체 몇 살때 재회한건지가 궁금하다;; 지구 시간은 수백년이 흘렀고 남자도 배 안에서 최소 십년을 보낸 거잖여? 여주도 뭐 동면도 하고 비슷한 나이대겠지? 이건 담 작품을 봐야 알듯...

 

 

암튼 세계관적으로 획기적인 상상력은 확실히 이쪽 장르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결론, 인풋해야 하는 분야가 하나 더 늘었읍니다...sf도 한번씩 챙겨서 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