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2021) 이제야 몰아본 감상
아이고, 이걸 드디어 봤네.
네이버 멤버십을 통해 광고 요금제를 무료로 볼 수 없었다면 아마 계속 미뤄뒀을 거다.ㅋㅋ
(텍스트에 비해) 영상 콘텐츠를 훨씬 덜 소비하는 편이라 OTT 구독은 내게는 거의 돈 낭비처럼 느껴졌기 때문.
하지만 광고 요금제를 네멤을 통해 한 달간 구독할 수 있었고, 요 며칠 약간의 여유(라기보다는 몰아보기 외에 딱히 다른 걸 할 수 없는 환경적인 상황 ㅋㅋ..)가 생겼고, 마침 2가 나온다니 1 궁금하기도 하고. 이래저래 드디어 볼 수 있었읍니다.
동시에 흑백요리사도 보기 시작했는데, 확실히 오겜이 훨씬 자극적이고 드라마라는 장르 특성상 서사가 극적이다보니 몰아보기는 이쪽에 더 손이 가네. 오겜은 4일동안 다 봤고, 흑백요리사는 어제(23일) 6편 보던 도중 잠깐 멈췄다.
- 주인공 성기훈이 게임에 참가하기까지(긍까 그 유명한 코스튬들과 게임 세트장이 등장하기까지)의 서사는 1화(총 60분 43초)의 초반 30분 가량을 소비했다. 어차피 목숨 건 게임에 참가할 만한 사정이 있었으리라 생각했고 사유는 전혀 새롭거나 놀랍지 않았다.
그냥 예상보다 더, 뭐랄까...경마 하고 노모 등골 빼먹고 사채 쓰고 이런거 되게...정이 안 가는 유형의 인간이었다.
(성기훈의 비호감도는 에피소드들을 거치며 점차 희석된다. 결말로 가면서 어느덧 정의로운 인간성을 지닌 히어로처럼 비춰지기 때무네. 능력이 아니라 걍 캐릭터 색깔만 그렇게 변모한다는 거임ㅋㅋ)
차에 탄 성기훈이 녹색 추리닝 바람으로 정신을 차렸을 시점에 1화의 남은 시간은 28-9분 사이였다.
- 당시 일각에서 왜 여혐 논란이 일었는지 이해했다. 한미녀 사용법, 그다지 다양하지 않았던 여성 캐릭터들, VIP 중에는 왜 여자가 없냐(?)까지.
하지만 보편적인 시각으로 판단하자면 한미녀는 그냥 본인의 성까지 이용하는 사기전과 5범일 뿐이었다. 즉 진부한 요소(배우가 신들린 연기로 버무렸다고 해도 어쩔 수 없는)를 포함한 캐릭터였고, 나머지도 대중들의 감각으로는 크게 논란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실제로도 그랬고.
그냥 한미녀의 캐릭터성이 일부분 무척 진부했을 뿐인데, 이 드라마는 다른 데서도 일부분 무척 진부하므로 딱히 감독이 각잡고 여혐을 하려 든 것처럼 느껴지지는 않았다. 한미녀 외에 눈에 띄는 여자 출연자는 강새벽과 지영 둘뿐이고 그나마도 20대 극초반 정도되는 젊다못해 어린 여자 둘 뿐이라는 것도 아쉬웠지만, 50대 아저씨 감독(겸 각본가)이 뭐 그렇게 다채로운 여성 캐릭터 배치에 관심 가질 것 같지도 않다. 막말로 큰 셀링포인트도 아니고 원래 여성의 서사는 여성만 관심갖고 보자나여ㅋ
그리고 VIP들은 죄 백인남성 아니면 중국아재 하나 정도 있는거 같던데ㅋㅋ 시즌 2에서는 여성이랑 흑인이랑 비중 챙겨 넣어서 다양성을 추구했을지 살짝 궁금하긴하넼ㅋㅋ
암튼 일부 여성 시청자들 입장에선 아쉽고 많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더 신선하게 풍부하게 다뤄줬으면 좋았겠다고 여길 여지가 분명히 있었지만, 이게 뭐 이 작품의 흥행에 영향을 끼쳤다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음.
아 근데 4회 한미녀와 덕수의 성관계 장면은 생리적으로 역겹고 불쾌하긴 했다. 굳이 보여줄거면 복선 대사 위주로(같이 살아남자, 배신하면 내가 너 죽인다 등등) 짧게 치고 지나가든지 길기는 드럽게 길어가지고;; 시즌 2에는 이딴거 없길바래영;;
- 생리적으로 불쾌하다 이야기 나와서 말인데, 달고나 싹싹 핥는 기훈이도 영 보기가 힘들었읍니다...완전 클로즈업 빡 해서 막 피부결 수염 다 보이고; 아니 감독이 의도한 바인건 알겠어. 알겠는데 기훈이의 절박함에 몰입하기보다는 그냥 아저씨가 저러고 있는게 너무 지저분하게 느껴지고 보기가 힘들었음;; 쓰다 보니 난 고어한 장면들보다 오히려 이런게 거슬리는 포인트였나보다ㅋㅋ;;
- 6편도 진도가 쭉쭉 안 나가고 처음부터 꽤 여러번 멈췄다가 (중간에는 흑백요리사를 봤다 ㅋㅋ) 다시 보고 하느라 진도가 잠깐 느려졌다. 이건 2명이서 조를 짜라는 데서부터 쎄했다. 아무래도 서로 죽여라 시추에이션 될 각이라. 그래서 똑똑한 조상우가 왜 이걸 눈치 못채고 알리랑 편을 먹었는지가 의아할 지경이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알리를 제물삼아 상우를 어떤 인물인지 가장 잘 보여준 에피소드인것 같기도. 그럼 상우의 지력이 살짝 너프되는것 같아도 ㅋㅋ 이게 각본가 입장에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6편을 계속 멈췄다가 본 이유는 그놈의 서로 죽여라를 보기가 영 불편했기 때문이다. 뭔가 획기적인 묘안이 나와서 모두가 살 것 같지도 않고, 그렇다면 반드시 죽는 놈이 나올 텐데...짧은 시간이나마 기훈과 주변 인물들이 각자 쌓은 유대관계가 훼손되는게 보기 불편했던 것 같다. 필수로 수반될 신파 또한 내 서타일이 아니고요 ㅋㅋㅋ
신파가 싫은 이유는 야 울어, 울어. 이래도 안 우냐? 하고 시청자 눈물샘 억지로 쥐어짜는게 짜증나기 때문이다. 작곡에 머니코드가 있다면 k콘텐츠에는 신파코드가 있는게 아니겠읍니까...암튼 이게 한국인 입장에서는 많이 당해서 그런지 좀 짜증나고 질리는 게 있다. 예를 들면 많자나여 일일, 가족드라마나 특히 cj가 제작하는 한국영화들에 필수로 들어가는 그런 거...제일 짜증나는 건 구린 한국영화 보러 가서 돈쓰고 앉아있는것도 짜증나는데 눈물까지 쥐어짜이고 나오는거ㅠㅠ
하지만 6편의 신파가 해외에서는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한다. 이놈드라 k신파 맛 어떠냐 ㅋㅋㅋㅋ
- 사실 오일남 정체는 처음부터 의심스러웠는데(1번인 거, 6화까지 서사 안 풀린거), 6화에서 죽은줄 알고 뭐지? 하며 흑막 용의선상에서 지우게 되었다. 그래서 결말에서 기훈과 재회했을 때도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아우 역시 할배였네...이랬음.
오일남 정체는 딱히 스포를 당한 적 없다고 생각했는데...드라마 다 보고 나서 예전 컨텐츠들 검색하다가 침착맨이 오겜 운동회 언급한 컨텐츠를 봤던 기억이 났다 ㅋㅋ
그때는 오겜 개최한 인생노잼 노인이 뭔지도 누군지도 모르고 그냥 해설 엄전김만 보고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마도 이때 보고 흑막=늙은이라는 단서가 무의식중에 남아서 오일남을 처음부터 의심하고 본 것인듯...? 이래서 드라마건 뭐건 스포 당하기전에 후다닥 봐 치워야 된다^^...
아무튼 오일남도 굉장히 인상적인 캐릭터였다. 성기훈만큼이나 양면적인 인물이었어서. 게임 내에서는 누구보다도 약자처럼 보였지만 결국 GMㅋㅋ을 넘어 게임회사 오너였응게. 게임 바깥에서는 밑바닥 도박중독자인데 회차를 거듭해갈수록 인류애 충만한 정의의 히어로처럼 비춰지던 기훈처럼.
- 아 이 이야기 하고 넘어가야지! 제일 중요한 건데!
엔딩 끊는 지점이 예술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줄다리기 하나 둘 셋 하고 다음 회차로 넘어가던 4화의 엔딩. ㅋㅋ 아마 여기서 끄고 일어난 시청자 전세계를 통틀어 거의 없었을 거다.
1화 엔딩도 훌륭했다. 내가 넘나뤼 좋아하는 플라이미투더문과 함께 (ㅠㅠ) 충격과 공포를 안겨주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끝나고, 이들이 있는 곳이 외딴 섬이라는걸 보여주며 끝나는데...이 드라마 전체의 색채를 아주 잘 보여주는 엔딩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2화 엔딩은 다시 차에 탄 이들을 하나하나 비춰주고 마취 가스에 정신을 잃었던 새벽이 차 안에서 눈을 조용히 뜨면서 끝나는데, 음... 이건 어케 한거지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ㅋㅋ 새벽이 초인이세여?
준호가 ㅁ가면 주우며 끝난 3화나 씁쓸한 여운 남기며 끝난 6화는 그다지 바로 다음편을 누르게 되지는 않았다. 7회의 유리 다리 폭발씬 엔딩은 (새벽이가 윽 하는 신음을 내서 쎄했던것과 별개로) 눈이 즐거우면서도 흥미로웠고, 8화 (프론트맨과 플라이미투더문, 새벽의 화장 씬) 엔딩은 그냥저냥 쏘쏘였다. 사실 8화까지 보고 9화 안볼 인간은 없으니 8화를 무리해서 끊을 필요는 없었겠지...?
사실 8화는 7화나 9화가 너무 길어서 나누다 보니 한 편이 떨어져 나온 것 같다는 인상이 있다. 7화보다는 아마도 9화...?
- 말이 나와서 말인데 (오늘 포스팅 계속 이런 식으로 쓰네 ㅋㅋ), 마지막회인 9화는 의외로 지루했다. 긴장감이 상당히 떨어졌고 얼마나 남았나 여러 차례 시간을 확인했다. 이유를 고민해 보자면
1) 상우와의 마지막 싸움이 그다지 쫄깃하게 안 느껴졌다. 막 몰입해서 보게 되기보다는 으으 하면서 눈살 찌푸리며 봤달까. 이건 내 액션 취향 ㅋㅋ 과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스타일리시한 cf같은 액션을 좋아하지 이렇게 사실적인 난투를 좋아하진 않그등요...심지어 비까지 내리고 막 옷 다 젖고 드러워지고 ㅋㅋ
2) 당연히 기훈이 살아남을 걸 알아서 그런 것 같다. 지금은 이미 시즌2 공개가 임박한 상황이고, 2의 주인공도 이정재인걸 모두가 알자나여? 그럼 뭐 기훈이가 우승하고 살아남겠쥬...이런 마음이어서 ㅋㅋ 상우는 새벽이 죽이고 나서는 왠지 못 살아남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3) 상우가 죽고 기훈이 우승하고 집으로 돌아오고 엄마 죽은 것까지 너무 당연한 흐름이라 지루했다. 한국인에게는 이 에피소드 제목부터 넘나뤼 스포자나여^^;; 이때 시계 몇 번이나 본 듯. 그러고도 30분인가가 남아서 아 뭐야 할 이야기가 더 남아있어? 했는데 1년 후가 되었다 ㅋㅋㅋ (정확히는 은행 지점장에게서 만원 빌리고 장면이 전환되면서 타임라인이 정확히 30분이 남는다) 뭐야 더 할 이야기 있어? 했더니 깐부가 명함을 줘서 그제야 아 했네. 뒷부분은 걍 걍 봤다.
쓰다 보니 많지는 않더라도 은근 내용 스포를 조금씩 당한 이유가 좀 큰듯? ㅋㅋ 시즌2는 그냥 최대한 인터넷 안 보고 빨리 다 보고 치워야겠다^^...엔겜도 피켓팅해서 퇴근하자마자 보고 맘편히 귀가했던 기억 나네 ㅋㅋㅋ
- 아무튼 9화까지 크게 무리없이 잘 봤다. 대중컨텐츠 창작자 입장에서는 봐야 하는 것도 맞고, 그 과정이 크게 힘들지 않았던 작품이었다. 장르는 다르지만 흑백요리사와 비교한다면 이쪽이 좀 더 재밌었다. 애초에 서바이벌 예능 막 크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ㅋㅋ (라기에는 오겜이 찐 서바이벌이긴 한데여... 이쪽은 자극적인 향신료 팍팍 친 드라마니까 ㅋㅋ)
- 시즌 2 나올때가 돼서야 홍보 규모로 1이 얼마나 난리 났었는지를 새삼 깨닫고, 아무튼 묵혀둔 숙제 올 해 안에 끝내서 다행이다.
- 아, 마지막회에서 기훈이 일남과 만났던 날짜가 12.24였다. 바로 (이거 쓰는 지금은 자정 지나긴 했지만) 오늘 날짜였다. 그거 보면서 ktx 안에서 기분이 묘하더라. 그리고 쓰러진 노숙자를 보살피러 경찰차가 오면서 기훈은 일남과의 내기에서 이겼다. 상업 컨텐츠니까 이런 건 당연히 기훈이 이겨야지. 아이 동물 노인은 안 해치는 거랑 이런 인류애 에피소드는 반드시 인간성 믿는 걸로 끝나는 게 국룰 아입니까. 애초에 주인공이 인간성을 보존한 기훈이기도 하고.
내일(그러니까 오늘 ㅋㅋ)은 자투리나마 연휴를 즐길 수 있겠네.
연말 마무리 깔끔하게 하고, 내년은 더 성장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