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103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전시를 보러 다녀왔다.
사실 뭔 전시인지도 몰랐는데, 예매 시작하니까 인터넷이 좀 떠들썩하더라고. 오픈하자마자 매진 행렬이길래 뭔데 뭔데 하면서 얼리버드로 얼레벌레 표 겨우 잡았던게 10월이었다. 그때만 해도 1월 언제와 ㅎㅎㅎ 이러고 있었는데^^...
암튼 재작년(23년이 벌써 ㅎㄷㄷ)에 봤던 합스부르크전의 경험상, 화제성 있는 전시는 일단 봐 두면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에 평일임에도 연차를 갈기고 다녀왔다.
전시회가 메인으로 내세운 게 클림트랑 에곤 쉴레인데, 둘 다 난 아는 그림 몇개 되지도 않는 화가였다. 클림트는 그 유명한 키스랑 유디트(참고로 전시에는 둘 다 안왔다) 정도 알고, 에곤 쉴레는 본 그림이 몇 개 있기는 하지만 제목도 모르고 별 느낌도 없었고요. 뭐 그런 상태.
그림이 엄청 맘에 들고 취향 직격했으면 진작에 관심을 갖고 있었겠쥬? 안 그랬다는 거는...음....
뭐 그래도 네임드 작가들이니까 봐 둬서 손해될건 없지 하고 생각했다. 뭐라도 영감(할배x) 건지면 땡큐인거고.
국중박은 합스부르크 이후로 간만이지만 굿즈는 엊그제 야무지게 예약배송으로 샀었고요. (취객선비 막걸리잔 세 개나^^...) 입장은 세시 타임이었는데 50분부터 들여보내 주더라. 시간 여유있게 가서 미리 굿즈샵도 보고 가이드 어플도 다운받아서 해설 구매했다. 가격은 3천원.
평일 오후임에도 붐볐지만 나 같은 일반인도 호다닥 보러 갈 정도의 화제성 있는 전시니 그러려니 했다. 합스부르크전이나 폼페이전보다는 약간 덜한(얘네는 주말에 보러 갔던듯^^) 수준이었다.
이하는 전시 감상.
클림트도 쉴레도 역시 막 크게 엄청나게 내 취향은 아니었다^^...굳이 맘에 들었던 그림들을 꼽자면 클림트의 '수풀 속 여인'과 콜로만 모저의 '마리골드' 정도? 취향 나오쥬 ㅋㅋ 그나저나 모저 님은 초면인디 굿즈에 이 그림이 꽤 많이 쓰였더라고. 사람 눈 다 비슷비슷하니 다들 맘에 들어하나봄 ㅋㅋ 아니 이쁘더라고 색감이
쉴레는...어...음...색감이 영 우중충하고 작품 주제도 자아에 천착하며 우울한 게 많아서 전반적으로 내 취향 아니었다^^;; 그림알못이라고 해도 어쩔수 없다. 나중에 뭐 교호양을 더 쌓는대도 쉴레가 더 좋아지진 않을듯. 그럴거면 차라리 화려한 고흐을 좋아하면 했지 ㅎㅎ 예 저는 화려한 서타일 좋아합니드...근데 미묘한게 클림트가 좋지는 않다. 화려해도 좀 그로테스크하거나 서늘한 느낌 나면 또 벨루인듯.
암튼 쉴레 그림 중에는 그나마 16세에 그렸다는 '소녀의 초상' 정도가 이 사람 개쩌는 실력자라는걸 알수 있어서 좋았다. 여담으로 이 사람이 16세에 입학한 빈 아카데미를 비슷한 시기에 떨어지고 (중략) 자살한게 그 총통이라던데. 이렇게 또 역사의 교차점을 보고요.
그 외의 그림들은 대체로 불안하고 우울한 내면, 분열된 자아, 공포, 소외, 쓸쓸함 등등을 주제로 삼아서, 보고 있으면 기분이 가라앉았다. 아니면 여자가 가랭이를 벌리고 있다거나...아니 뭐 예술적으로 큰 의미가 있것죠. 있으니께 거장 되었겠지마는...암튼 전반적으로 보면서 막 크나큰 감동이나 이런걸 느낄수는 없었다.
아니 에곤 쉴레만 갖고 뭐라 하는건 아니고ㅋㅋ 그냥 난 예술가가 작품에 풀어놓은 우울과 불안에 별로 잠기고 싶지 않은 것 같다. 자아에 너무 천착하는것도 별로 관심이 안 생긴다. 본능적으로 기피하게 된다고 해야 되나. 님 문제 알겠는데요 내 코가 석자라^_^;; 이런 느낌? 마음에 언젠가 여유를 가지고 보게 되면 좀 달리 보이려나.
암튼 그래서인지 나는 르네상스 뙇 바로크 뙇 로코코 뙇 화려해! 귀족이 오더했어! 스킬 쩔어! 웅장해! 그리스 로마 신화 소재야! 정석적인 명화야! 이런 걸 훨씬 더 좋아하는듯.
뻘소린데 죽어서 불멸의 작품을 남기는 위대한 예술가랑 그 예술가 후원하고 작품 의뢰하는 당대의 개쩌는 부자, 둘 중 하나 택하라면 나는 아묻따 후자 택할듯ㅋㅋㅋ 아예 피카소처럼 생전에 명성을 뙇뙇 넘치도록 누리는게 아닐 바에야, 살아서 내내 물질적 정신적으로 고생하고 죽은 뒤에 유명해지면 뭔 소용이여...내 작품으로 딴놈들 좋은일만 시키는거 아닌가여.
암튼 3시에 들어갔는데 5시 반부터 방송이 나오기 시작하더라. 40분에 오디오 기기 반납이고(난 다행히 어플로 구매해서 계속 들었지만), 전시는 6시까지라고. 뒤에 작품들이 좀 남아서 마음이 급해졌다. 해설 들어야 하는 작품도 대여섯개나 남아 있었고, 해설 없는 작품들도 여러 점 남아 있어서 ^_T 그래서 후반부에 걸려 있던 쉴레의 그림들과 클림트, 쉴레의 누드 드로잉들은 빠르게 보고 나올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막 엄청나게 내 취향까지는 아니어서 슥 보고 나오긴 했지만...그래도 마지막에 호다닥 본 게 좀 아쉬웠다. 전시 보러 가면 하나하나 꼼꼼하게 보는 편이라, 앞으로는 폐관시간도 염두에 두고 티켓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보러 가기 전에는 도록 무조건 사게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보고 나와서는 다행히 그런 생각이 쏙 들어갔다. 합스부르크나 폼페이전과는 달리 도록으로 소장하고 싶은 정도의 작품이 많지 않았다. 그림보다 오히려 유리 공예 작품들이 더 눈길이 갔을 정도니께...그래도 유명 화가들의 유화 물감 붓질을 가까이서 가득 볼 수 있어서 그건 좋았다.
나오면서 생각했는데, 알폰스 무하나 아르누보 계열 전시회 보러 가고 싶어졌다. 왜냐면 전시에서 메인은 아니지만 유겐트슈틸을 좀 다뤘는데, 이거 보면서 아...나 이런거 좋아하네. 그러고 보니 아르누보 좋아하네. 이렇게 의식의 흐름이 이어져서 ㅎㅎ 아르누보 전시회 보러 가면 도록은 무조건 사올듯.
결론 : 담에 알폰스 무하나 아르누보 전시회 챙겨보러가자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