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비티(Gravity) feat. 왕십리 아이맥스3D
조조로 보고 왔다.
꼬꼬마때 놀이공원 이런데를 제외하면 첫 아이맥스였음. 원래는 용산아맥으로 예매했었는데 왕십리랑 스크린 사이즈 차이 보고 바로 취소하고;; 왕아맥으로 다시 예매했음. 평일 조조임에도 좋은자리는 이미 다 나가있었다. 그리고 거의 뒷줄이었지만 가운데자리 겟. 아이맥스는 중간쯤에 앉아야 화면이 쏟아지는 느낌을 받을수 있다는데 조아써 다음영화는 중간행의 중간열로 로열석 구해서 봐야징 ㅎㅎ
일단 뒷줄에서 봐서 그런지 막 압도되고 화면이 쏟아지고 그런것까지는 못느꼈다 ㅎㅎ 3D안경을 끼고 봐서인지 스크린이 어어엄청 넓다는 느낌도 못받았고. 그래도 원래 보던 영화 스크린보다는 넓었긔. 영화 막 시작하려고 카운트다운 들어갈때의 그 두근두근함이란...뙇....!
음. 영화 자체는 뭐랄까 일생의 역작! 대작! 충격적임! 대박!!! 미쳤다!!!!!!!!11111 이런 정도까진 아니다. 광고나 평점 보고 너무 기대를 해서인가;; ㅋㅋ 갠적으론 웰메이드 블록버스터나 스피디하게 전개되는 까리한 스타일, 혹은 대중적이되 극단적으로 매끈하게 잘 빠진 스타일의 영화을 좋아한다. 그래서 내 일생의 영화라 할만한 것들은 다크나이트 라이즈랑 타이타닉, 금발이 너무해. 요런 것들이다. 그리고 그런 내 취향으로 보아도 '그래비티'는 나쁘지 않은 영화였다. 엄청 기대하고 봤던 엘리시움 보면서 느꼈던 충격과 공포 짯응 ㅋㅋ을 떠올리면 그래비티는 아주 수작.
일단 지루할 틈이 없다. 산드라 블록(라이언 스톤 役)의 두려움과 다급함 가득한 거친 호흡소리를 들으면 나 역시 얼마 남지 않은 산소를 태우고 있는 느낌마저 들어 숨이 가빠지게 된다. 인간이 티끌이나 다름없는 존재로 느껴지는 까마득한 우주 공간은 그 어떤 히어로물의 악당보다도 완벽하게 절대적인 공포와 절망감을 선사한다. 게다가 시시각각으로 궤도를 따라 쏟아지는 폭발물의 잔해들은 그 얼마나 위협적인지.
물론 공포감만이 다가 아니지라.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지구의 모습은 정말로 아름답다. 바다, 구름, 녹지와 산맥, 심지어 햇빛이 닿지 않아 어두운 곳에서 환히 불을 밝힌 도시들까지도 보인다. 우주이미지를 모을정도로 짱팬인 나로서는 이 긴박함 중간중간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정말로 좋았다 ㅠㅠㅠ 진짜,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이었다면 나는 망설이지 않고 지구가 가까이서 보이는 우주공간에 터를 잡고 살았을지도 모른다 ㅠㅠㅠㅠ 인간에게 불친절하지만 우주야 스릉흐....!
생각해보니 얼굴이 제대로 나오는 출연자는 단 둘뿐이네. 산드라 블록이랑 조지 클루니. (초반에 나왔던 한 분은 얼굴이 반 날아간 채로 등장해서 흡 ㅠㅠ) 그리고 조지 클루니는 대체로 그렇듯 ㅠㅠㅠㅠ 내가 디게 좋아하는 st의 캐릭터로 나와서 ㅠㅠㅠㅠㅠ 눈물 터지게 만들었다.
역시 최고의 명장면은 라이언이 완전히 다 포기하고 지지직거리는 스피커를 통해 아닌강과 그 가족들의 희미한 소리들을 들으며 눈을 감았던 직후였다. 그때 맷이 다시 창을 두드리며 나타났지. '진짜 멋진 일'이 일어났다고. 그래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고. 그 무서운 우주공간을 표류하면서도 공포감 따위는 요만큼도 느끼지 않은 것처럼 밝게 보드카도 마시고, 농담도 건네고, 그리고 라이언에게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다. 여기 남을래? 돌아갈래? 하고.
그리고 라이언이 정신을 차렸을 때 그녀의 곁에 실은 아무도 없었다는 걸 깨닫고 느낀 먹먹함이란.
전혀 같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몇개월 전 느꼈던 기분이 되살아났다. 그때 꿈이라고 생각지 못한 꿈에서는 오래 전의 기억속에만 남아있던 네가 나타났고, 그리고, 내가 꿈꾸던 말들을 해 주었었다. 행복감을 느끼다 눈을 떴을때는 새벽이었고 나는 혼자였다. 그리고 그곳이 심지어는 서울도 아니고 스위스의 6인실 호스텔이었고 그 방을 운 좋게(물론 꿈에서 깬 직후에는 그게 과연 운 좋은 것인지 확신하지 못했다) 혼자서 쓰고 있었다는 사실을 상기하자 얼마나 먹먹함이 밀려들던지.
아무튼, 우주 표류같은건 해본 적도 없는 내가 저 순간의 라이언을 보면서 느낀 연결고리는 그런 것이었다. 상황도 장소도 전혀 다른데 동질감 한 조각 비슷한걸 느낄 줄이야. 이게 만인이 공감할수 있는 시츄에이션의 힘이겠지 ㅎㅎ
물론 맷이 살아돌아오는 그런 동화같은 일은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미쿡 상업영화니까 하고 은연중에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던 부분을 치고들어왔다는 점에서도 저 시퀀스는 굉장히 인상깊었다. 그리고 맷 역할을 조지클루니가 맡아서 너무 다행이다. 이 사람이 아니었다면 맷은 온전히 맷이 되지 못했을 것 같다. 공포심을 느끼는 중추는 어딘가 분실해버린 것 같고, 저런 극한 상황에서도 음악과 함께 농담을 던질 줄 알고, 사실은 어렵다는 걸 알면서도 태양이 뜨는 걸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는, 그리고 마침내는 당연하다는 듯이(설령 사랑하는 상대가 아니더라도) 목숨과 바꿔 여자주인공을 아무렇지도 않게 구하는. 가볍고 능글맞지만 사실은 굉장히 우아한 캐릭터. 다시 한 번, 맷 역할을 조지 클루니가 해 줘서 너무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역시 표류하며 떠돌던 중국의 우주정거장에 탑승해 라이언은 기적처럼 지구로 생환한다. 그토록 극한 상황에서 그녀는 죽은 딸이 있는 곳으로 떠나는 대신 비틀거리면서도 땅에 두 다리를 디디는 것을 택했다. 이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사실 그토록 간단명료한 것이다. 죽음 대신 삶. 둘 중 하나를 택해도 본전이라면, 그렇다면, 끝까지 삶을 택하는 그 무엇.
원래대로라면 이 메시지에 크게 감동을 받아야 할 테지만 나는 굉장히 지치고 지겨워져서, 요사이에는, 삶에 대한 예찬이란 사실은 1% 남짓한 지구의 지배자들이 척박한 삶을 사는 노동자들에게 놓는 진통제 같은 게 아닐까 의심하기도 하는 마당이라. 완전히 감화됐다고까지는 말 못하겠다. 그치만 적어도 뭐 좋은 말씀이었습니다, 하고 비딱하지 않게 받아들일 수는 있었다. 여기서 거부감을 느끼기까지 하면 끝장이겠지라;;ㅋ
아 뭔가 길게 주절주절 쓴거같은데 ㅋㅋㅋㅋ 아무튼 좋은 영화였다. 사실 보고 나온 직후에는 엄청 감동적이고 그러진 않았는데 되새기면서 찬찬히 쓰다보니까 또 할말은 많고 그러네.
참, 맨날 가까운 롯데시네마만 다녀서 몰랐는데 cgv는 포토티켓 기능도 있더라 헐헐 ㅋㅋ 그래서 제일 까리해보이는 저 이미지로 만들었초ㅑ. 그래비티는 첫 아맥이자 첫 포토티켓이기도 했다 ㅋㅋ 앞으로 기회되면 종종 cgv 가야겠다. 별거 아니지만 포스터 넣어서 뽑으니까 되게 뿌듯하고 좋쉬먀ㅋㅋ 아 참 이 영화 음악도 굉장히 좋았다 ㅋㅋ 나중에 꼭 스코어 앨범 찾아서 들어봐야징! 아 그리고 산드라블록 언니 몸매도 진짜 대박 짱이었다 역시 사람은 관리를 해야해 ㅠㅠㅠㅠㅠㅠ 결론은 관리하자 관리 ㅠㅠㅠㅠ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