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왕국 감상
본건 2월 10일인데 늦은감상기록ㅋ
엘사엘사 안나안나 렛잇고렛잇고
인터넷 어딜가도 지겹게 보이는 활자들때문에 스포 안당하려고 얼마나 기를 썼는지.
끔찍했던 시험공부기간이 끝나고 시험을 다 치르고
그리고 어쩌면 시험 둘 중 단 하나도 통과못할것같다는 불안감이 들자 나는 또다시 나락으로 굴러떨어지는 기분을 맛보았다. 더이상 억지로 웃지도 긍정적이지도 않게 된 나는 순순히(혹은 억지로) 어두운 감정들을 받아들였다. 공기가 피부를 스친다는 이유만으로도 쌍욕과 함께 짜증을 뱉어냈다. 나는 의외로 내가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면 받아들이지 않는 종류였나보다. 썩어빠진 잉여처럼 하루종일 인터넷을 돌아다니고 혼자 깔깔대고 싫어하는 연예인을 흰눈으로 보고 값싼 감동게시글을 보고 눈물 한방울을 찔끔 흘리고 내 스스로의 감정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살아있지만 왜 살아있는지에 대해 잘 대답할수 없는 그런 상태. 밤이 되면 뾰족뾰족한 분노가 치밀어 참을 수 없는 지경이 되고 그럼 나는 아무도 듣지 못하는 골방에 처박혀 씨발씨발 욕을 해댔다. 씨발 할만큼 했잖아. 나한테 왜 이래.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씨발 하기싫어 죽겠다고. 이젠 정말 씨발 좆같아 사는게 갈수록 씨발 아 씨발....
이런 상황에서 겨울왕국을 보러 간 건 순전히 스포당하는게 짜증나서였다. 아 물롱 그놈의 엘사 안나 렛잇고가 궁금하기도 했고.
결과적으로 나는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의미없이 펑펑 울다 나왔다. 영화관에서 본 그 어떤 영화보다도 펑펑펑펑 울다 나온것 같다. 늑대소년보다도 더? 늑대소년은 결말부에 쫌 울었다면 이건 아주 시작부터 너무 많이 울어서 목덜미가 축축하게 다 젖을만큼 울었다. 물롱 이번에 보면서 펑펑 울었던건 내용보다는 내 현실이 지랄같아서였다; 다행히 내 양옆에는 아무도 앉지 않았다. 물롱 앉든말든 상관없었지만 이 지경이 되어서도 혼자 영화관에 앉아 이상한 대목에서 우는 여자라는 애잔한 눈길은 받기 싫었나보다. 아무튼.
특별히 울었던 대목들은
두유워너빌더스노맨은 당연히. 이 곡 나올때 진짜 진짜 진짜 엄청 많이 울었다. 내용이 슬퍼서 운건 아닌거같다. 안나 목소리가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예뻤고 멜로디가 너무 슬프고 예뻤고 나는 무언가를 잃어버렸는지 혹은 돌아갈수 없다고 여긴건지 어디서부터 꼬인건지 알수가 없게 되어버려서인지 억지로 가리고 있던 상처 같은게 들쑤셔져서인지 아무튼 그래서 펑펑 울었다. 울면서도 왕이랑 왕비는 저렇게 급사하나; 싶어서 좀 얼척없어했다.
아 뒤에 쓰겠지만 겨울왕국 갠적으로 스토리텔링은 라푼젤에 비하면 시망이었다고 생각된다; 순전히 엘사안나 매력빨과 오에스티로 살아남은 영화인듯. 암튼.
그리고 안나랑 한스 듀엣할때도 아마 울었겠지. 그냥 아무 대목들에서나 막 울었다. 안나가 귀엽고 행복해보일때도 울고 엘사가 혼자 방에 갇혀 슬퍼할때도 울고 둘이 대관식에서 재회했을때도 울고...
그리고 역시 최고는 렛잇고였다. 내 지금 시기에는 희대의 명곡이다 증말 ㅋㅋㅋㅋㅋ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부터 멜로디 영상 시퀀스까지 나를 후벼파고 찌르고 뜯어버리려 들어서 그냥 엄청 울었다. 엄청 엄청 슬프고 먹먹했다. 통쾌하고 분노했다. 외롭고 춥고 슬프고 오지라퍼들이 진절머리나지만 아무에게도 기대지 않고 이제는 홀로 나 스스로에게서도 자유로울거라고 거짓말처럼 날 토해내주는 노래를 부르는데 어떻게 울지 않을수가 있지? 유투브로 몇번은 돌려보고 하루종일 렛잇고를 듣는데도 문득문득 눈물이 난다. 아까 또 시험치고 지하철 타서 본영상이랑 커버영상 이것저것 찾아보는데 혼자 또 눈물나서 혼났다. 이 곡은 너무 먹먹하고 벅차고 아프고 기쁘고 그래서 자꾸 눈물이 난다. 내가 툭 찌르는 것만으로 눈물이 새어나오게 된 것도 몇달 되었는데, 아마 약하고 칙칙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환상이나 동화같은거 이제는 피식거리면서 보게 되었고 그냥 나는 추한데 그럼에도 우는건.
아 물론 질질우는 나같은건 아무에게도 보여주기 싫으므로 꽁꽁 싸매고 가려서 아무도 모른다^^ 물롱 내 멘탈따위에 심도깊은 관심을 가진자들도 없을테지만 ㅋㅋ 이럴때는 별로 외로움 안타는 내 성격이 얼마나 다행인지 껄껄
아 암튼 결론은 렛잇고 최고라고. 겨울왕국 내용 전체는 솔직히 개연성이고 밀도고 뭐고 시망이었지만 렛잇고 하나만으로도 영화표값은 충분히 하고 넘쳤다.
올라프는 뭐 귀염많이받는거 같은데 걍...나한테는 너무 흔한 감초캐릭터같았음. 아 내가 이제 웬만한 유머로는 웃기 힘든 멘탈상태라 그랬을지도 ㅎㅎ
참 ㅋㅋ 이 영화 보고나와서 이것저것 찾아보다 잭엘사에 잠깐 홀릭했다. 참나 미쿡애니 커플에 빠져보긴 또 첨이네 ㅋㅋ 근데 떡밥이 별로 없고 해서 금세 식음. 가디언즈는 안봤는데 언제 한번 봐야겠다. 둘이 비주얼이나 캐릭터적으로 참 잘어울려갖고 ㅋㅋ 근데 소속사가 다르다면서요....둘이 같이 나오는건 가능하지 않다면서요.....흡 왜 ㅠㅠㅠㅠ 가디언즈가 흥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너무 똥망했대서 ㅠㅠㅠ 하튼 스핀오프같은거 만들어지는 기적 일어나서 둘이 조우하길 간절히 바라봅니다.....아 진짜 둘이 잘어울림 매력터짐ㅋㅋ
디즈니 작품의 흔한 결말인 사랑의 힘으로 아무거나 다 해결한다는거 자체가 싫은건 아니다. 다만....다만 조금의 개연성은 좀 주시지 그랬어요 시나리오 작가형들.....라푼젤 정도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아 뭐 그래...하고 넘어갈수 있었는데 겨울왕국 이건 뭐 ㅋㅋ 엘사가 마지막에 급개심해서 급해피엔딩 되는거 보고 헛웃음이 ㅋㅋㅋ
솔직히 내용자체는 아무리 가슴으로 이해하는거라 해도 기대한거에 영 못미쳤다. 그리고 여캐들에 비해 남캐들 매력 너무 없자나......라푼젤에 나온 유진도 꽤 욕을 들어먹는 모양인데 난 얘는 그럭저럭 괜찮았거든. 근데 크리스토프 한스 얘들 진짜 너무하지않나요? 여자애들 너무 아깝자나 ㅠㅠㅠㅠ 오죽하면 딴소속사 애를 엘사랑 붙여주겠냐고 팬들이 ㅠㅠㅠㅠㅠ 디즈니는 당장 매력적인 남캐를 내놓으씨요 ㅠㅠㅠㅠㅠ 하 진짜 크리스토프가 좀만 잘생겼으면 난 안나크리스토프 팬픽을 찌고 앉았을지도 모르는데 걔 왜때문에 그렇게 생겼어요 대체 왜...왜ㅠㅠㅠㅠㅠ!!!!!!
아 아무튼. 겨울왕국을 보고 펑펑 울어제끼며 심해의 밑바닥에서 간신히 숨만 쉬고+쌍욕이나 하고 살아지고 있다고 여기던 때로부터 열흘 후, 결과적으로 시험 두 개는 모두 통과했습니다. 헐; 정말 믿어지지 않는 결과였다.
배수로 따지자면 100명중 5등컷, 75명중에 4등컷인데 이걸 둘다 통과할 확률을 계산하면 0.27퍼센트. 와. 내 실력(이나 찍기 실력)이 더럽게 출중했나 싶은 생각이 들기 이전에 나 말고 다른사람들은 대체 얼마나 공부를 안했다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터넷에서 본것들은 죄다 블러핑이었나;; 머지;;; 그 많았다던 시험쉬웠다 한 사람들은 다 어디가고 내가 붙었단 말이오 당황스럽게;;
물론 최종에서 합격하지 못하면 필기시험따위 백번 천번을 통과해봤자 아무 소용없다는걸 난 이미 뼈저리게 잘 알고 있다. 필기시험 통과가, 1차면접 통과가, 정말 아무것도 보장해주지 못한다는걸 씨발 진심 쌍욕이 나오도록 잘 알고 있다. 최종에서 날 떨어뜨린 것들 내가 언젠가는 똑같이 절벽에서 만나 절박하게 매달리는 니들을 웃으며 밀어 죽여버릴거라고 이를 갈며 씨발거리며 분노했던게 불과 얼마전이니까.
하지만 적어도 시험을 둘 다 통과했다는 사실은 내가 아직은 그래도 개쓰레기 레벨까지 전락하지 않은것같다는 아주 약간의 안도를 주기에는 충분했다. 솔직히 기쁘고 고마웠어....ㅜㅜㅜ(아 이런 단어 쓰는게 간지럽고 느끼해졌다ㅠㅠ 내 곱디고운 심성이 졸라 피폐해져버렸나 힝) 너무너무 지겹고 하기싫어서 5분에 한번씩 스마트폰질 하면서 찌질찌질 공부했는데 이렇게 양아치같이 책을 보고서 필기를 통과하다니......내 머리통이든 운이든 그게 뭐가됐든 고마워 ㅠㅠㅠ 하....결과가 또 좆같을수도 있지만 일단 아주아주 조금은 기운이 났다. 이 기운으로 간신히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며 또 씨발거려야지....하....좆같다 진짜ㅜ
그리고 렛잇고는 여전히 하루에 몇시간씩 반복재생하고 있다. 씨발 바라는 걸 잔인하게 눈앞에서 놓쳐버린것도 여러번이지만 그래도 렛잇고는 나에게 욕할때 썩소라도 지을 기운을 나누어주었다. 캔톨딧백애니모얼!!!!!!1 히얼아스탠!!!!!1 앤히얼아윌스테이!!!!!!!!!!!!!!!!1 렛더스톰레이지온....콜네벌바덜미애니웨이!!!!!!!!!!!!!!!!
효린버전은 좀더 대차게 질러주길 바랐는데 왜케 간드러져; 그래도 의외로 계속 들으니까 괜찮았다. 모국어라 좀더 잘 와닿는것도 있고. 그외 유툽아프리카 버전이나 이것저것 커버한거 찾아서 듣고있다. 원곡이 명곡이라 다 괜찮은듯 ㅠㅠㅠ
아 암튼 결론은 렛잇고 짱이라고. 90년대 레전드 라인(알라딘-인어공주-미녀와야수-라이온킹)만큼은 아니지만 요즘 작품들도 나름의 재미와 감동이 있다. 디즈니는 수십년이 지나도 내게 사랑일듯.
내용 ★★☆
캐릭터 ★★★★
오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