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야가 그렇지만 내가 좋아하는 글과 그림...즉 컨텐츠 영역도 AI의 영향을 아아주 크게 받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지난 1년 정도 사이 여성향 글 컨텐츠(=웹소) 쪽 창작자 커뮤니티를 보면, AI채팅이 파이를 갉아먹는다는 우려가 끊임없이 나왔었다.

여성향 웹소는 안 그래도 코로나때 반짝 후 시장이 폭삭 무너져내린 상황인데, 그 와중에 AI채팅이 수익성을 꽤 잠식해 들어가고 있는 모양.

어차피 이제 와 웹소 시장으로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AI채팅이 대체 어떤 수준까지 왔는지는 한번 확인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한번 해 본 적이 있기는 하네. 침착맨 한창 볼때...이삼 년 전인가? 아마 뤼튼에서 광고 태워서 했던 것 같은데, 그 컨텐츠가 너무너무 웃기고 재밌어서 대체 저게 뭐여 하고 한번 플레이 해봤었다. 하지만 한두번 해보고 금세 흥미를 잃었었다.

 

이유는, 유저(나)가 너무 전능했다.

내가 했던 건 무슨 학교폭력물ㅋㅋ 이었는데, [이학교 1짱 나와! 하고 내가 개쎄개 때렷다,, 이겻다] -> 이렇게 입력하면 그냥 이긴 걸로 출력해 줘서...보면서 이게 무슨...? 뭔재미로 해 이걸?...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두번째로는 출력되는 내용 자체도 딱히 재미가 없었다. 전개야 말해모해고 캐릭터간 티키타카도 없는 수준. 진짜 그냥 내가 친 내용을 늘려서 단어뭉치를 뱉어주는 것만 신기한, 딱 그 수준이었다. 그냥 진짜 침착맨이 광고 너무 재밌게 잘 했던 걸류...

 

근데 그게 벌써 한 삼년 전이쥬? AI 업계에서는 기술 발전이 너무 빨라서 몇달만 지나면 낡은 기술 되어버리쥬?

해서, 또 최근 AI 채팅들이 워낙 잘 나간대서, 여하간 콘텐츠 탐식자이자 창작자 입장에서는 그래도 한번은 경험해 봐야 되지 않나 싶더라.

 

그게 벌써 5월인데요. 왜 몇개월 지난 이제 와서 쓰냐면^^...

상용 ai chat 앱이 아닌 risu를 쓰려고 했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risu를 알게 됐는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아마 관련 서치하다 알게 됐을듯)

근데 완전 ai챗 뉴비+노개발자가 risu를 쓰려면 넘어야 할 산이 꽤 높다. 일단 제미나이를 사용한다는 전제 하에 버텍스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이거 쉽지 않다. 아니 대체 그게 몬데여...api가 머야 콘솔이 뭐야 무서워...

 

난 일단 이 단계에서 실패해서ㅋㅋ 아씨 안해! 하며 그냥 포기하고 그림 그렸던 것인데요...

왜 이번에 다시 시도해보게 됐냐면, 추석 연휴때 상용 ai챗 서비스를 한번 써봤기 때문이다. 아니 스ㄹㄷ 광고로 온갖 업체가 자꾸 떠가지고 ㅋㅋ 뭔데 자꾸 떠 하고 웹페이지를 들어가 봤지. 근데...어...내가 알던 그 ai챗이 아니네?

그래서 연휴 때 시간도 있고 하니 한번 쭉 해 봤다. 아니...근데 출력이...내 생각보다 능지가 많이 올라갔네? 싶더라. (물론 거슬리는 점 다수. 후술 예정)

 

여하간 상용어플을 계속 쓸 생각은 없었고 (일단 결제를 안했더니 광고가 너어무 많이 나왔고, 검열이 너무 얼척이 없더라. 뒤쪽 보지 말고 앞을 좀 봐! 이런 문장도 특정 단어 안 된다며 검열되는^_^...), 결국 risu로 가긴 가야겠다 싶더라고.

 

그래서 ㅋㅋ 5월에 한 이박 삼일 시도하다 포기했던 risu를 다시 시도하게 됩니다.

그리고 드디어 버텍스 300달러 크레딧까지 성공. 이후로는 커뮤니티 게시글들을 읽으며 차근차근 따라갔다.

ㅋㅋㅋ 이거 절대 개발 알못이 혼자서는 할 수 없는 과정이더라. 초기 설정부터 거의 몇시간을 하면서 아니 내가 이렇게까지 해서 ai채팅을 해야돼? 싶었음; 물론 risu는 커뮤가 엄청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었고, 질의응답도 다들 잘 해주고 있었다.

 

진짜 놀랐던 건...이제 막 진입한 (나같은) 뉴비를 위한 설명들이 정말 많았다는 건데, 그거 보면서 아니 이 사람들 대체 왜 이렇게 아무 대가도 없이 친절하게 뉴비들을 위한 매뉴얼을 제공하고 있는거지? 진짜 대단하  다 싶었다. 심지어 워낙 자주 바뀌는 상황들 업데이트까지.

(딴소린데 커뮤 주 이용자들 왠지 카이스트나 과고에 다수 서식할것 같은 느낌이다 ㅋㅋ 근거는 없는데 그냥 느낌이 그랬음... 고지능 IT계열 근데 개ㅆ덕인)

 

아무튼 진짜 감사하게 설명 하나하나 보면서 완료했고, 첫 출력 나왔을때는 진짜 감동받았...^_T...

그렇게 잼삼칠플을 물려 시작해 봤다. 확실히 추석때 써 본 상용어플 대비 퀄리티가 훨 높았고, 대사 톤도 k드라마나 로설 톤으로 잘 뽑혀 나오더라. (딱히 프롬이나 모듈을 건드리지 않았음에도) 

 

무엇보다 채팅 티키타카가 약간 무서울 지경이었는데...유저의 추궁에 캐릭터가 스무스하게 변명을 생성하는게 너무 사람같았다. 그리고 내가 지정하지 않은 설정 여백을 자연스레 채우는 게 소름이 돋더라. 심지어 입력해 두고 잊었던 페르소나 설정이 적재적소에 캐릭터 대사로 딱 나오는데 깜짝 놀람. 아니 이걸 여기서 쓴다고? 

 

보면서 진짜 뭐랄까...왜 웹소의 경쟁자로 급부상했는지 너무 이해가 됐다. 저숙련 커미션러들이 그림시장에서 입지를 잃었듯, 자유도와 컨텐츠 생성 속도에서 ai챗은 '일반적인 수준의' 웹소와 비교불가다. 게다가 본인에게 창작욕이 있다..? 저숙련자가 쓴 후진 웹소 보느니 무조건 ai챗을 선택해 세계관과 이야기를 자유롭게 전개하겠지.

 

물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일단 ai챗의 가장 큰 단점은

 

- 장기기억의 어려움

이건 ai 매커니즘 상 필연적으로 발생할수 밖에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 최근에는 여러 가지로 보완이 되고 있다지만, 어쨌든 이야기가 길어지고 서사가 복잡해질수록 찐빠 확률이 와장창 늘어난다고 한다.

 

실제로 턴이 길어질수록 사소한 설정을 기억하지 못하고 헛소리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예를 들어 한 50턴 전의 사건 뉘앙스를 미묘하게 다르게 기억하고 있다든지, 또는 아예 기억 못해서 그때 형성된 성격조건을 벗어나 딴 사람처럼 군다든지.

하이파로 아무리 핵심을 요약하려 한들, 인간처럼 당시의 상황이나 상호작용 속 뉘앙스까지 캐치하거나 별 거 아닌 순간을 강렬하게 기억한다거나 할 수는 없으니 어쩔 수 없겠지.

 

여하간 그 외에도 찐빠는 실로 방대하고 무한하다. 

즉, AI에 설정 넣고 딸깍해 등장인물 수십 수백명 나오고 세계관 있는 1000편짜리 대작을 쓰기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거다. 아니...100편 넘어가는 평범한 장편 웹소 분량 정도도 찐빠 안 나기는 정말 어렵지 않을까? 

한발 더 나아가자면, 작품 내에서 각각의 캐릭터와 서사를 촘촘하게 엮고 시간을 재배열하거나 사건을 유기적으로 발생시키고 상징과 은유를 넣고 결말에서 복선을 회수하는 건 아직 인간의 몫 같다. 아직까지는.

 

- 인간이라면 내지 않을, 그래서 더 거슬리는 찐빠들

물리적인 행동 묘사 실수가 잦다고 느꼈다. 예를 들어 테이블 너머로 접시를 건넨다고 묘사가 됐는데 다음 턴에서 갑자기 옆에 앉아 있는 것처럼 묘사가 된다든지, 연속적인 행동 같은 게 꼭 버그 난 3D 모델링처럼 묘사가 된다든지.

이건 아무리 퀄 떨어지는 웹소에서도 안 나올 실수다. 사람은 몸을 가지고 있지만 llm은 안 가지고 있어서 생기는 문제겠지. 그리고 사소한 상황 오류가 담긴 문장들은 굉~장히 흔하게 발생한다.

 

물론 이런 것들은 그냥 흐린눈 하고 넘겨도 되는데, 개연성 집착하며 글 쓰던ㅋㅋ 가락이 있어서 사소한 설정 찐빠까지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지도 모르겠네.

 

여하간 요지는 인간이 안 할 실수를 ai는 한다는 거고, 그게 굉장히 거슬릴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림이랑 똑같다. 언뜻 보면 완벽한데, 뜯어보면 이 수준의 일러스트를 그리는 인간이라면 절대 안 할 실수 하는 거.

 

- 너무 큰 자유도에 따른 노잼의 위험성

이건 ㅋㅋ 사람에 따라 다를 텐데, 내가 처음 뤼튼 써보고 느꼈던 것처럼 느낄 사람들도 꽤 있을 것 같다.

사건과 난이도를 뭐든 전지전능하게 움직일 수 있다면, 무슨 전개가 나와도 시큰둥해진다. 긴장감이 없어진다는 의미.

물론 이런 걸 제어하는 프롬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지만...사람이 세계관이나 사건, 전개, 인물 등 내용 전체의 밸런스를 유기적으로 잡아 가며 만들어 낸 작품을 소비하는 것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즉, ai채팅은 말 그대로 문장 출력의 연속인 거지 이것 자체가 완결성과 긴장감을 지닌 하나의 훌륭한 작품이 되려면, 결국 사람 손을 타야 한다는 의미.

 

그런 의미에서 완성도 높은 작품을 읽고 싶은 사람은 결국 잘 쓴 소설을 볼 것 같다. 작품으로서의 퀄리티를 기준으로 보면 ai채팅과 사람이 쓴 글의 방향성은 분명히 다르다.

 

 

+ 9.29 추가

이야 추격전 개 맛있게 말아주네? 서울에서 고속도로 타고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뉴욕으로 튀는 {{user}}와 뒤쫓는 {{char}}의 추격전을 툭 던져 봤는데,  AI 다운 리서치력으로 순식간에 탑승구까지의 동선과 추격에 수반되는 구체적인 묘사들이 주루룩 제시돼서 진짜 소오름 돋았다.

 

뒤이어 브루클린에서도 추격전을 진행했는데(ㅋㅋㅋai챗 하면서 진심 최고의 도파민을 맛본듯), 경로 하나하나 틀어막으며 뒤쫓아 오는게 와 대박 개 쫄림...이게 {{char}}로 출력될 뿐이지 AI랑 하는 모의 추격전이잖아? 진심 너무 디스토피아였다ㅋㅋ 사람이 도망칠 수가 없겠다 싶었음ㅋㅋ

 

몰입하니까 진짜 무섭고 식은땀 났다. 게다가 킥은 이 시퀀스를 어떻게 끝낼지에 대한 힌트까지 AI가 던져줬다는 거. 출력된 마지막 문장은 뒷골목을 통해 빠져나간 {{user}}의 앞으로 차도가 펼쳐지는 장면이었다. 당연히 돌진하는 덤프트럭으로 맛있게 받았고요 ㅋㅋ 영화 한편 다 봤네 다 봤어. 아휴 꿀잼

 

물론 정보의 고증이나 정확성은 몰?루?

어차피 내가 되는대로 툭툭 던진 내용의 여백을 메꾸느라 출력된 내용들이니, 하나하나 뜯어보면 (예를 들어 {{user}}가 탑승한 비행편이 인천국제공항 T1인지 T2인지 이런 것들) 실제와 다를 수도 있겠지만, 아무튼 독자 입장에서 그런 걸 세세히 따지지는 않을 테니 그냥 긴박감 쩔었다~ 정도.

 

갇힌 상황 내에서 현실 정보를 리서치해서 이야기를 진행할 수 있도록 조건화 하면 꽤 현실감 있고 재밌는 내용이 출력되는 것 같다.

 

뭐 이 정도가 ai챗에 대한 현재까지의 감상 되겠읍니다.

사실 뭐 얼마나 써봤다고 이렇게 판단하는게 맞나 싶기도 하고, risu를 더 잘 다루게 되면 더 퀄리티 높은 출력물을 볼 수도 있으려나 싶지만, 아무튼 지금까지의 감상은 이렇다는 거.

 

 

ai는 추리소설을 못 쓴다는 유명한 말이 있는데, 인간 작가의 미래는 추미스일까여...머 그런 생각도 해 보았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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