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다른 책을 읽다 본 추천책 중 하나다. 추리/미스터리 장르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인지 제목도 아예 처음 알게 됐다. 근데 타 서적에서 저자가 워낙 이 책에 대한 극찬을 해서, 궁금해서 읽어봤다. (그 저자의 평대로라면)천재성이 번뜩이는 작가가 쓴 글이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묘사가 무척 잔혹해서 19금이라 하고, 종이책은 절판인 듯하다. 오히려 좋았다. 이제 종이책은 더이상 사지 않는다. 커다란 책장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이사를 갈 때까지 책을 더 늘리지는 않을 생각이다.

 

아무튼.

일단 가장 강하게 든 감상은, 읽으면서 내내 불쾌했다는 것이다.

책이 출간된 2002년이라면 뭐 요즘 발에 채이도록 흔한 사이코패스(또는 소시오패스) 컨텐츠가 거의 없을 때일 텐데, 그 시기에 사이코패스 느낌이 나는 주인공을 내세웠다는 참신함 정도를 빼면 나에게는 그다지 즐거운 작품이 아니었다.

 

물론 잔혹한 신체 훼손 묘사가 불쾌했다고 말하고 싶은 건 아니다. 아니 뭐 이것도 역겹긴 한데, 요즘의 일본 만화책은 이 소설보다도 훨씬 잔혹하고 세세하게, 그것도 시각적으로 신체가 훼손되는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으니까. 얘넨 정말 신체를 어떻게 망가뜨려야 신선했다 소리를 들을까 고민하는 작자들처럼 별별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사람의 몸을 찢고 뜯고 가르고 피와 내장을 전시한다. 일본 컨텐츠를 개 많이 보지만 이런 같잖은 잔혹성은 진짜 ㅎㅎ 취향 아니긴 함.

 

그보다 내가 이 소설에서 가장 불쾌했던 지점은, 이런 신체 훼손을 당하는 희생자는 여고생, 여대생, 어린 아이, 작은 동물이었다는 점이다. 물론 가해자는 남자고^^ 이 소설에서 범인들은 결코 성인 남성들을 상대로 도착적인 살해 행각을 벌이지 않는다. 물론 남자의 손목이 잘리거나(리스트 컷 살인사건) 남자가 살해되는 경우(개, 목소리)도 없진 않지만, 이들은 폭력이나 살인의 가해자였을 경우에만 우발적으로 죽임당한다. 그리고 이들의 살해 과정이나 결과인 시체가 세세하게 전시되는 경우도 결코 없다. 이 소설 내에서 변태적으로 죽임당하고 피와 살과 내장이 전시되고 묘사되는 건 무고한 여자들 뿐이다. 아, 늙은 여자도 아니네. 오로지 어림에 가까운 젊은 여자들뿐이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위에서 언급한 일본 만화들도 이런 경우가 정말 많다. 사실 예전에 빡쳐서 한번 쌍욕을 날리려다가 손가락만 아프지 화내 뭐하나 싶어 넘어간 적이 있는데, 일본 만화들 진짜 너무 좆같아. 이 책이야 2002년작이니 시대감안해서 빻았다 쳐도, 일본 만화는 요즘도 그래. 어떻게하면 젊은(어린) 여자를 벗기고 잔인하게 살해하는걸 더 꼴리는 방향으로 보여줄지에 대해서 집착하다 돌아버린 느낌이다. 젋은 여자를 벗기고 음란한 방식으로 보여주는 걸로는 성에 안 차 극단으로 잔인하게 죽이고 신체를 망가뜨리고 훼손한다. 나는 꼭 이런걸 묘사하거나 즐기는 새끼들이 보다 처참한 방식으로 죽임당하고 고통 속에서 천천히 신체를 훼손당하며 비명을 질러대는 걸 핥듯이 묘사하는 컨텐츠를 보고 싶은데, 그런 건 아직 본 적이 없네. 빻은 와꾸의 아재들이 엽기살인마에게 죽는건 사람들이 별로 관심도 안가지나봉가. 하긴 내가 씨발 변태라도 빻와남 뒤지는거에서 환경정화 이외의 쾌감을 느낄 수는 없긴 하겠다.

 

아무튼 이 작품도 같은 맥락에서 매우 불쾌했다. 심지어 이 소설에 등장하는 대다수 살인마들은 법의 철퇴를 맞지도 않는다. 주인공 남고생이 살인에 탐닉하는 사이코 혹은 소시오패스인데 얘는 살인을 지켜보고 추리할 뿐 결코 신고하는 법이 없다. 아, '개'에서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엄마의 애인남을 물어 죽인 초딩 여자애만은 경찰에 붙잡힐 것 같더라. 걔 말고 나머지는 존나 흐지부지 넘어간다. 그래서 결말도 찝찝하다. 지랄맞은 가해자새끼 수갑차고 좆되는꼴 봐야겠는데(심지어 피해자들에게 입힌 피해에 비하면 이건 턱도 없이 약한 수준) 정작 얘네는 그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이야기가 끝난다. 야이 씨발 대가는 치르게 해야 할거 아니냐고. 범죄자들이 약자를 잔인하게 죽이는것만 신나게 써갈겨놓고 똥은 안 닦고 끝내겠다? 아주 그 똥을 싸질러놓은 인간의 아구창에 쳐넣고 문지르고 싶은 심정이다.

 

이렇듯 내용 자체가 심히 불쾌해서 나로서는 작가의 천재성웅앵웅이 거의 와닿지 않았다. 눈에 띄는 특징이라고는 소설 시점이 '내'가 상황을 서술 또는 묘사하는 1인칭 주인공 시점이라 그 '내'가 알고봤더니 얘가 아니라 걔였다~는 식의 반전 정도인데, 정말로 그저 그랬다. 그래서 어쩌라고? 싶은 정도. 물론 마지막 '목소리'에서는 하 씨발 남주인공 새끼가 돌아올수 없는 강을 건너나? 했던 게 아닌 걸로 밝혀졌지만 그렇다고 이 소설에 대한 빡침이 가시지는 않았다. 어쨌든 가해자인 남고생 새끼는 여성 대학생을 처참하게 죽였고 한 가정을 파탄냈으며 그 여동생마저도 죽이려고 했다. 부디 이츠키가 가해자 새끼를 이빨을 다 쳐 뽑고 아무튼 잔인하게 토막내서 죽였길 바란다. 별로 안그랬을거 같은 것도 빡치지만.

 

아무튼 그렇다. 이 소설에서 엽기살인마(또는 손목절단마)로 등장하는건 모두 건장한 남성^^ 이고 피해자는 절대다수가 약자이다. 그리고 이 범죄자 새끼들 중 그 어느 누구도 시원스런 법의 철퇴를 받지 않는다. 설령 죽임을 당하더라도 피해자 여성들처럼 제대로 된 잔혹한 묘사따윈 나오지 않는다. 심지어 사람 엽기적으로 죽여놓고 흑흑 나도 사람답게 살고시펐어 난 외이런곤대 흑흑 ㅠㅠ 이지랄을 떠는 가해자가 자기연민을 충분히 펼칠 수 있도록 페이지를 할애하기까지 한다. 내가 작가였으면 이 종간나새끼를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희생당한 여학생들처럼 온몸을 갈라 내장 전시하는 엔딩으로 끝냈을텐데^^ 부디 이 빡침을 견딜 수 있는 사람만 이 책을 보길 바란다.

 

그러고보니 한국영화들도 약간 비슷한 이슈로 존나 쳐맞았던 기억이 난다. 아마 제일 세게 쳐맞은게 VIP라는 영화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연히 안 봤고 줄거리만 봤는데도 빡치는 그런 내용이었다. 여자는 살인 아니면 강간 둘중 하나(또는 둘다)로 소모시키고 알탕서사만 부각한 아주 좆같은 영화였는데 소설을 읽으며 왠지모르게 이 영화가 떠올랐다.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이 정말 아주 좆같아. 물론 이 소설에서 검은머리 흰얼굴의 예쁜 여주인공^^ 모리노 요루는 죽지 않긴 한다. 하지만 얘가 하는 일이라곤 수없이 사건에 휘말리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남주에게 구원받는것 뿐이다. 자신의 과거 서사를 제외하면 모리노 요루는 그저 살인마의 먹잇감이 되거나 주변 인물로 빙빙 돌 뿐이다. '목소리'편에서 아주 약간 성장한 모습을 보이긴 하는데, 그나마 시체로 안 뒤져서 고호맙습니다라고 해야 할지?^^ 얘는 죽이기 좀 그랬던지 비슷한 검은머리 흰 얼굴의 다른 동급생 친구가 살해당한다. 시발 검은머리 흰얼굴 여자 죽이는데 판타지 있냐고요....

 

쓰다보니 이 소설의 전반을 지배하는 중2병 느낌에 대해서는 짚지도 못했네. 제목도 제목이고 출간연도 감안하면 아마 그때는 중2병이라는 표현이 없었을 수도 있는데, 아무튼 작중 분위기 전체에서 중2병 오진다. 근데 흑염룡 류 중2병은 차라리 우습기라도 하지 이건뭐 사람죽이는거랑 중2병이 결합돼가지고....맞아야해 이런건 매가 약이야....

암튼 그렇다. 사놓고 영 안 땡겨서 띄엄띄엄 보다가 연휴 맞이해서 겨우 다 읽었는데 기분 드러워지고 빡침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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