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 증말 오랜만에 다녀왔네. 마지막 영화가 뭐였더라...
찾아보니 240525의 퓨리오사였네. 그 전에는 240420의 파묘.
헐 ㅎㅎㅎ 진짜 간만의 영화관이었네.
어차피 요즘 보는 영화는 1년 해봐야 통신사 vip 무료 혜택으로 보는 3개+더해봐야 한두 개 정도다.
여가시간을 가질 마음의 여유도, 생각도 지금은 별로 없어서, 아주 인기있거나 보고싶거나 한 영화 아니면 굳이 영화관 안 간지도 오래되었다.
게다가 작년 재작년에 봤던 기대작들은 죄다 별로였어서 더 영화에 관심을 끄게 된 듯.
기대작들이라 함은 재밌게 봤던 영화들 속편인데, 매드맥스(인생작)나 아바타, 듄, 블랙팬서 같은 영화들의 후속편이었다.
엄청 기대하며 영화관에서 봤으나 죄다 별로였고요...특히 듄2와 블랙팬서2는 보다가 졸기까지 했다;;
아무튼, 그렇게 영화관까지 한 번 행차하기 어려운 와중에.
퇴마록 애니메이션이 은근 괜찮은 평으로 소소하게 덕후들 심금을 울리는 것 같아서, 오늘 마침 외출한 김에 겸사겸사 영화관도 찍고 들어왔다.
퇴마록 소설을 처음 접한 건 초5, 또는 초6때 친구네 집에서였다. 아마 친구네 오빠 책이었던듯? 내가 국내편을 재밌게 읽으니까 빌려줬는데, 막 무서워 하면서도 정신없이 빠져들어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해외(맞나?...), 혼세, 말세까지 전 시리즈를 몇년간 탐독했었지. 국산 장르소설을 일본 만화만큼이나 탐식하던 그 시절 나에게 퇴마록은 분명 시대를 함께해 온 상징적인 작품이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 스토리는 거의 희미해졌지만 아직도 네 명의 동료들, 몇몇 장면이나 에피소드들은 선명하다. 이우혁 작가님은 이영도 작가님과 더불어 한국을 대표하는 장르소설 거장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런 퇴마록이 이제 애니메이션으로 재탄생했다고 하니, 퀄리티도 꽤 괜찮다는 평을 보니 그래도 이건 영화관에서 봐야 마땅하지 않을까 싶었다. 콘텐츠 탐식자로서, 창작자로서, 그리고 훌륭한 작품에 대해 예의를 갖추는 마음으로.
또 서두 길었쥬 ㅋㅋㅋ 이하 짤막한 감상.
- 박 신부님 피지컬 머선일이야 ㅋㅋㅋ 처음에는 좀 놀랐다. 내 머릿속 박신부님은 안경 끼고 조금 희끗한 머리칼에 예민미 있고 키는 훌쩍 크지만 체격은 막 크지 않은 아저씨였는데...영화 속 신부님은 아주그냥 물리구마로 악령들 다 조사버릴 것처럼 풍채가 좋으셨다.
하긴 이야기 초반부니까 흰머리는 생기기 전이었겠지? 덩치도 뭐...나는 초안 쪽의 이미지로 생각했었는데, 결정된 캐디는 원작자인 이우혁 작가님의 의견이 반영되었다고 하니 이게 맞는 거겠지ㅋㅋ 뭐 나쁜놈들이랑 맞서려면 등치 그정도는 돼야겠죠 ㅋㅋㅋ
- 현암이 너무 잘생기고 젊어서 또 깜놀했다. ㅋㅋㅋ 내 머릿속 현암은 머리는 짧고 평범한 와꾸의 서른살 정도 청년 이미지였는데, 영화에서는 ㅅㅂ 아휴 너무 잘생기고...젊고 옷도 괜춘하고...감사합니다 제작진여러분...!!!!
생각해보면 현암도 박신부도 소설이 진행되면서 나이를 먹어가니까, 나는 작품 후반부의 이미지를 더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영화 속 내용은 소설 타임라인상 초반이니까 둘 다 젊게 나오는듯 ㅋㅋ
게다가 내가 퇴마록 소설 보기 시작한 게 초딩때였어서, 그때는 뭔가 연령적으로 가깝다는 느낌의 준후가 내 맘속 으뜸이였는데 ㅋㅋㅋ 이렇게 다 커서 보니 미친 대현암...너무 잘생기고 좋읍니다...!!!
게다가 성우는 남도형님이 맡았더라 ㅋㅋ 아휴 얼굴도 목소리도 아주그냥 잘생긴 왕자님이내 ㅋㅋ 그러고 보니 뭔가 원작에서 승희랑 럽라 설듯말듯 했던거 같은데... (물론 다들 인생이 녹록치 않아서 럽라 별로 비중은 없지만ㅠㅠ) 기억이 안 나네. 그러고 보니 월향이랑도 뭔가 럽라...? 아니 럽라라기 보다 강한 유대감이라고 해야되나 그런게 있었던 것 같다. 이쪽은 애초에 이루어지기 힘들긴 해서 ㅋㅋ 그리고 월향은 성불했었지 아마...? (기억 가물가물)
- 말 나온김에 ㅋㅋ 내 머릿속 이미지랑 제일 달랐던 게 승희였다. 당찬 언니지만 머리는 어깨길이를 살짝 넘은 까만색이라고 상상했는데, 스타일도 그렇고 헤어도 완전 mz하게 바뀌었달까 ㅋㅋ 화풍도 그렇다 보니 롤 캐릭터 느낌도 좀 났다.
어린 맘에 승희도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났다. 4인방의 홍일점이었고 늘 당차고 멋진 이미지인데다 강해서(중요) 승희가 있으면 절대로 질것 같지가 않아...! 영화에서는 스토리상 승희가 나올 여지가 거의 없어서 아쉬웠지만(따흐흑), 쿠키로라도 조금 보여줘서 다행이었다. 속편 나와주라주....제발...
- 준후, 영원한 내 퇴마록 으뜸이. 늘 얘 죽을까봐 얼마나 얼마나 조마조마하며 소설 읽었는지 모른다. 나랑 비슷한 또래인데 엄청 강하고 똑똑하고 능력치 쩔고 그런데 삶은 너무 가혹하고 ㅠㅠ 그래도 준후가 그 가시밭길 인생을 의연하게 살아가며 악과 대치하는 그게 참 안쓰럽고 또 멋있었다.
찾아보니 원작 기준 81년생이었네ㅋㅋ 하지만 영화는 서마터폰이 나오는 현대니 아마 지금 기준으로 한 2010년대 생쯤 되겠다. 영화 기준으로 열 살이랬나? 그럼 2015년생?ㅎㅎㅎ 30년을 훌쩍 건너뛰었네예. 이런게 좋다. 훌륭한 컨텐츠는 시대를 뛰어넘고, 캐릭터도 생명을 얼마든지 새롭게 이어갈 수 있으니까.
암튼 영화로 보니 새삼 준후가 참 어리더라 ㅎㅎ 그림체도 귀엽고 어려서 유독 디즈니 느낌이었는데, 준후가 처한 상황이나 앞으로 펼쳐질 인생을 생각하니 ㅠㅠ 안쓰럽고 응원해주고싶고 그랬다. 준후야 앞으로 진짜 고생 많이 할텐데 맘 단단히먹고 잘 지내...!
+ 준후랑 최아라는 퇴마록 내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던 럽라기도 했다 ㅋㅋ 물론 준후는 아라를 동생으로 봐서 이성적인 관심은 1도 없긴 한데, 아라가 엄청 쫓아다녔었지. 아휴 관계성 맛있고요~ 아직도 안 잊힌다. 아라가 자기 혀 깨물어서 피 뱉어서 결계 깨뜨리던 장면 ㅠㅠ 으...하면서도 아라 진짜 대단하다 싶었지 ㅎㅎ
그 다음으로 좋아했던 럽라는 연희랑 리...? 사실 작품 전반적으로 딱히 럽라라고 할게 없긴 한데 ㅎㅎㅎ 그때부터 커플링처돌이였나 봅니다 ㅋㅋㅋ 그리고 가혹한 삶 속에서 캐릭터들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아무튼 준후랑은 또 케미가 좋았던 주기선생이 안 나와서 읭 했는데, 위키 뒤져보니 이 에피는 등장하기 전이었나보다. 주기선생...쥐새끼같은 이미지인데 준후 구하고 죽었던가? ㅠㅠ 아무튼 호감가는 쥐새끼 선생... 이사람 포함해 속편에서 보고싶은 사람들도 너무 많다.
넷플릭스 새끼덜아 좀 받아주지 그랬냐 응? 이해가 안되네 진짜 ㅋㅋ...아니 이 퀄리티에 한국 최고의 장르소설 IP로 만든 작품을ㅋㅋ 다시 고려좀 해줘...영화를 파일럿으로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해줘 제발 넷플 이넘드라 (오열)
- 전반적으로 아트워크가 너무 좋았다. 한국적인 느낌도 물씬했고, 오컬트 액션 퇴마물 장르의 특성을 잘 살려서 보는 눈이 무척 즐거웠다. 사실 스토리보다도 퀄리티가 더 높다고 느꼈을 정도.
- 스토리는 음, 막 내내 몰입 엄청 되고 정신없이 빨려들고 그런 느낌까지는 아니었다. 중간중간 대사에서 단어의 동어반복은 좀 수정해도 되지 않았나? 싶기도 했다. (방대한 원작이 있으니 어쩔 수 없는) 설명체 대사들도 약간 집중이 안 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전반적으로 준수했고, 액션은 뻐렁치는 감정을 주기에 충분했다.
- 특히 도입부 해동밀교 대의식 시퀀스 진짜...음산한 음악 깔리면서 확 몰입하게 만들어서, 진짜 너무 좋았다. 아니나다를까 오프닝 호평이더라. 몇몇 장대한 액션씬들과 더불어 이건 진짜 영화관에서 봐야 되는 장면이었다.
- 눈까리 문양은 약간 젤x의 x커족이나 x가단 생각도 좀 나고 했는데예...눈까리야 뭐 여기저기서 아주 흔하게 등장하는 상징이니까! 게다가 서교주나 까마귀 동공 쏵쏵 분열하는 장면 엄청 좋았고요!
- 그리고 k신파 빠지지 않았읍니다. 이건 뭐 한국인의 얼이니까 당연하고요 ㅋㅋ 근데 장호법이 준후 아빠인건 전혀 기억을 못하고 있었어서 (장준후인데!) 후반부에 안구가 촉촉해졌다.
아니 장호법님...박신부 의대 동기에 자식도 있는 분이 불교에 귀의를 하다니요...의사하면서 영끌한 학군지 아파트에서 준후 키웠으면 똑쟁이 준후는 무조건 서울의대 갔을텐데 ㅠㅠ(뻘소리)
찾아보니 박신부 동기는 영화의 오리지널 설정인 모양이다. 기억은 안나지만 장호법이 원작에서 준후 데리고 해동밀교 입교한 건 당연히 사연이 있었겠지. 아마 어떤 사연으로 부인을 잃었을 것 같고, 입교 안 했으면 준후도 평범하게 못살(어쩌면 죽을) 운명이었을듯.
- 마지막 엔딩크레딧 올라가면서 나오던 ost 후렴 부분이 괜찮아서 집에 와 찾아보니 몬스타엑스 거였네 ㅋㅋ 그렇쥬 k애니는 k팝 ost 붙여야쥬...! 전반적으로 괜찮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감상 마무리.
추억 속 작품을 이렇게 생생하게 다시 만나게 되어 기쁘고 알찬 시간이었다. 요즘 시간을 가치있게 보내기 위해 늘 노력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내 시간을 할애해 영화관까지 가서 본 것이 후회되지 않았다.
가능한한 후속편을 보고싶고, 욕심을 더 부린다면 넷플릭스같은 글로벌 OTT에서 뻑적지근하게 제작비 들여서 시즌 10 넘게 쭉쭉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아 제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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