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 출처는 오만과 편견 영화(웨이브판) 보다가 캡쳐.

* 대체로 민음사 2003년 버전으로 읽었고, 펭귄클래식은 중간중간 e북으로 읽었다. 두 출판사 번역 차이에 대한 감상은 맨 마지막에 적어두겠음.

 

 

1장

- 초반은 약간 참고 읽었다. 이건 뭐 고전문학이라 어쩔수 없음 ㅎㅎ 엘리자베스 애칭도 여러개여서 헷갈림. 일라이자라는 다른 인물이 있는줄...

내가 읽은 두 버전은 앞에 가계도 같은것도 없어서, 위키 좀 뒤적거려 가면서 읽었네. (스포 안당하려고 실눈 뜨고 봄ㅎㅎ)

그래도 안 읽을수 없고 무조건 읽어야 되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쭉쭉 읽어 나갔다.

 

- 초반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티키타카가 꽤 흥미롭긴 했지만 막 너무 재밌어 미치겠는 정도는 아니었고, 다아시가 엘리자베스에게 행하는 말과 행동이 어떤 의미인지 해석하면서 보았던것 같다. 반한거 맞지? 저거저거 리지한테 감겼네ㅋㅋ 요런 느낌으로ㅋㅋ

 

- 서브플롯인 제인과 빙리 커플이 어떻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나름의 재미였다. 저러다 빙리가 청혼해서 둘이 금방 결혼하는거 아냐? 싶었음.

 

- 하지만 잔잔한 재미는 콜린스가 등장하면서 급변하는데...! 하루에 50페이지만 참고 읽어보자 싶었는데 어느새 1장을 다 읽어버린 나를 발견했다 ㅎㅎ

 

콜린스가 엘리자베스에게 급고백을 갈기고 엘리자베스가 그걸 거절하는게 긴장감과 몰입감이 넘쳤다. 아무튼 꽤 흥미로웠다. 엘리자베스가 진상남에게 여지를 1도 주지 않아서 더 재밌고 웃기고 다행이고...!

 

- 중간에 등장한 위컴도 재미를 더해줬다. 와꾸가 괜찮고 사교성이 있는 남자라 콜린스보다는 역겹지 않았다. 하지만 위컴이 다아시에 대해 입 터는거 분명 뭔가 지 입장에서만 말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다.

 

- 1장은 빙리가 동네를 급 떠나버리면서 끝나게 된다. 2장 어떻게 안보고 배겨?

 

 

2장

- 2장 초반부는 빙리의 여동생이 대체 어떤 수를 썼기에 빙리가 저렇게 홀랑 떠나버렸나를 추리하며 읽었다. 빙리가 제인에게 정말 마음이 1도 없나? 진짜 제인 버려? 버린 거야? 이 생각으로 읽었음.

 

- 위컴이 생각보다 빨리 서브 자리를 리타이어했지만 이미 1)제인-빙리의 상황이나 2)엘리자베스 대신 콜린스와 결혼한 샬럿네를 방문한 이야기, 거기서 3)다아시와 피츠제럴드 대령이 등장해서 솔직히 위컴은 까맣게 잊어 버렸다.

 

- 그리고 11챕터 되어 다아시가 급 고백을 하면서 나는 적당히 그만읽고 자려던 원래의 계획을 포기하고 책을 계속 읽게 되었던 것이었다...!

 

하씨 진심 개 꿀잼 ㅋㅋ 두근두근 ㅋㅋㅋ 혼자 실실 쪼개면서 둘의 오해혐관맛집을 1열에서 직관하며 아 이게 고전의 맛이구나 200년이 넘도록 전세계에서 읽힌 연애소설의 맛이구나 이게 미스터 다아시구나라는 증말 어떠한 로맨스 소설의 원류이자 오리지널이자 캐논이자 정전을 내가 지금 처음으로 읽고 있구나를 짜릿하게 실감했던 것이었다(급 만연체)ㅋㅋ

 

- 쓸데없이 스토리 늘리는 웹소에 젖어 있던 탓인지 둘 사이(엘리자베스의) 오해는 한참 뒤에나 풀리겠지 싶었는데, 의외로 다아시가 다음날 편지를 깔끔하게 가지고 오는 바람에 모든 미스터리는 2챕터 중간에 풀려 버렸네?

 

- 물론 이걸로 끝이 아니다. 이제 독자 입장에서는 오해도 풀린 (그리고 청혼이 아주 조사쿠가 나 버린)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되냐는 문제 하나에 오롯이 집중하게 되었다.

 

그리고 2장의 끝은 리지가 펨벌리로 여행을 가기로 하며 끝난다. 이게 200년도 더 된 소설이라니...제인 오스틴 선생님(아니 이 호칭 턱없이 부족함! 祖師가 옳다)의 절단신공은 그야말로 필설로 형용할수 없음이었다...

 

 

3장

- 아 미쳤냐고! 3장 시작하자마자 다아시랑 리지 다아시네 장원에서 마주치기 있냐거!!! 나 진짜 너무 재밌어서 잇몸 드러내면서 읽었다. 리지의 민망함과 다아시의 당황에 이입해서 손에 땀을 쥘 정도였음.

 

암튼 청혼이 나가리가 났음에도 변함 없으며 도리어 태도까지 더욱 호의적으로 변해 리지에게 대시하는 다아시의 모습을 초집중해서 읽고 있었는데...!

 

- 리지네 집안 빌런들 중 하나인 리디아가 위컴이랑 도망치는 망할 사고를 쳐서 또 둘의 알콩달콩이 시작될 새도 없이 찬물이 끼얹어져 버리는거 실화?!?!

 

일단 여기까지 읽었는데, 내일 출근이라 자러 가야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오늘 왜 금요일 아님ㅠㅠ 내일 결말까지 당연히 다 읽어버리고 후기 마무리짓겠음! 진짜 개 꿀잼이다 증말ㅋㅋㅋㅋ 나 왜 이 범지구적 대명작을 지금에서야 읽고 있지!

 

- 오늘(25일) 퇴근하고 오자 마자 3부 나머지를 다 읽었다.

아...리디아랑 위컴 때문에 개 짜증 파트가 좀 길어서 읽기 힘들었다. 베넷 부인이 메인 빌런이라고 생각했는데 웬일, 부인보다 더 심하게 리디아가 트롤링을 할 줄은;;;

 

심지어 베넷 부인은 짜증나고 무식한 진상일 뿐이었지만 리디아는 저게 제정신인가 싶을 정도로 엘리자베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친다. 다아시가 쓸데없이 돈 쓰고 위컴과 친척지간이 되게 만들기까지;;;

 

읽으면서 어 얘가 사고친 거 다아시가 수습하는거 아냐? 싶었던 생각이 현실로...진짜 엄마 빼다박아가지고 아무튼 트롤링에 짜증났다.

 

아무튼 이랬든 저쨌든 빙리-제인 잘 됐고 리지랑 다아시도 잘 이어져서 다행이다. 후일담 정도로 축약되어 버려서 너무 아쉽지만.

 

웹소에서 임출육 외전 보는거 싫어하는 편인데도 둘의 알콩달콩 결혼생활이 외전으로 좀 더 나와줬다면 좋았을 걸 하고 생각까지 했다ㅋㅋㅋ 

 

아무튼 밝고 즐거운 소설이었다. 소설계의 머니코드랄까, 작 전반에 도도하게 흐르는 거대한 대중성과 상업성을 느낌. 물론 그게 이 작품의 소위 말하는 작품성이나 문학성, 예술성에 저해되었다는 의미는 전혀 아니다.

 

책들 뒤에 수록된 평론 다 읽었는데, 오만과 편견이 아무튼 그 시대를 얼마나 다층적인 구조로 잘 담아냈는지를 구구절절 설명해 주셔가지고...영문학 알못임에도 아무튼 고전명작 반열에 오르기에 손색없는 훌륭한 작품임은 잘 알았읍니다.

 

 

+ 민음사 vs 펭귄클래식

 

민음사 2003년도 번역본이랑 펭귄클래식 2009년도 번역본(이쪽은 e북) 두 개를 번갈아가면서 봤다. 번갈아 봤다고는 하지만 펭귄본은 1부의 약간 뿐이었고, 주로 민음사로 읽음.

 

당장 아주 유명한 "재산깨나 있는 독신 남자에게~" 로 시작하는 문장이 민음사 버전이기도 했고, 어쨌든 읽기는 이걸로 읽어야 된다 싶었다.

 

하지만 둘 중 딱히 어느쪽이 더 낫다 이런 느낌은 없었다. 민음사 버전은 벌써 21년이나 돼서 그런지 문장이나 사용한 단어가 올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2003년 치고도 좀 엄청 오래된 느낌이...체감 90년대 초반 너낌...? (이 시기 소설에 대한 조예는 없다 저스트 너낌일뿐 ㅎㅎ)

 

펭귄 버전은 비교적 현대적인 느낌이었고, 지문이 ~습니다. 로 끝나서 동화적인 느낌이 강했다. 그리고 민음사에 비해 주석이 훨씬 상세해서 당시 시대상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나중에 주석만 따로 챙겨서 체크해둘 예정.

 

아 그리고 일일이 번역을 비교할 만큼 번갈아가며 읽지는 않았지만, 딱 이 대사는 펭귄클래식 압승이었다.

(1장 10챕터, 빙리 양이 엘리자베스 견제하려고 비꼬는 장면에서 다아시의 대답)

 

"저희 가정의 행복을 위해 더 해주실 말씀이라도?" (ver. 펭귄클래식) 

 

크으으으으 코오오오오...!!! 펭귄 버전으로 먼저 읽고 진짜 속으로 소리질렀다 저 대답하는 다아시가 존멋이라 ㅋㅋㅋㅋ

궁금해서 민음사 버전도 읽었는데 

 

"제 가정의 행복에 대해 더 제안하실 게 있으십니까?" (ver.민음사)

 

아...펭귄 버전의 반의 반도 열광하지 않았을 것 같다.

굳이 비유하자면 펭귄 버전은 로판 표지에나 등장할 트렌디한 남주가 쓸 말투같고, 민음사 버전은 누렇게 변색되고 묵은 종이 냄새나는 80년대 책에서나 볼 것 같은 느낌이랄까?ㅋㅋ

 

하지만 90프로 이상을 민음사 버전으로 읽은 건 함정.ㅋㅋㅋ

펭귄클래식 버전도 궁금하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으며 저런 펀치라인을 찾아볼 여유는 없다...나중에, 나아아중에, 나아아아아아중에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아무튼 중간중간 뻐렁치는 마음으로 읽었고, 덮으니 뿌듯하다. 반드시 봐야 될 작품을 봤다는 충족감이 들어서.

나도 오만과 편견 봤다!!!

 

 

+ 240430

아무래도 봐야 될 것 같아서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오만과 편견(2005) 영화 버전도 봤다. 

이거랑 콜린퍼스(세상에ㅠㅠ)가 다아시로 나온 BBC 드라마 버전 두 개가 유명한 모양인데, 일단 드라마를 보고 있을 시간이 없으므로 영화를 선택.

 

- 영화 볼 수 있는 ott는 여러개인데 자막 별로라는 평이 달린 플랫폼들 제끼고 하다 보니 웨이브에서 봤다. 단건 구매 천이백원. 그간 쫌쫌따리 모았던 (이만원 넘게 모았다!) 모니모 포인트로^_^ 지난번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앳원스 볼때도 모니모로 결제했는데 ㅎㅎㅎ

 

- 딱히 자막이 괜찮은지 별로인지는 모르겠더라. 아마 저 별로라는 평 달린 곳들이랑 같을지도?...아, 다아시 첫 고백씬에서 둘이 엄청 속사포로 말하는데 좀 자막은 단출한게 있긴 했다. 하지만 딱히 거슬리진 않았다. 덕질을 하려고 본게 아니라 자료조사차 본거였어서...

 

- 영상미 무엇...소설로 상상하던 장면들은 턱없이 낮은 해상도였는데 영화를 보면서 눈이 즐거웠다. 건축물이나 인테리어 위주로 캡쳐했는데 아주 수십장 해버렸네 껄껄껄

 

- 영화는 여러 에피소드가 생략 및 변형되었다. 분량 때문이기도 할 거고 속도감이나 극적인 요소를 위해서겠지. 그리고 인물들의 대사는 더욱 현대적인 느낌으로 손질되었다. 소설에서는 저 뉘앙스 아니었는데...? 했던 것들이 많이 바뀌었다거나.

인상에 남는 개작 포인트들은 (읽은지 벌써 좀 됐다고 기억 정확하지 않음 ㅋㅋ)

 

 

1) 로징스 파크에서 리지가 피아노 칠 때, 처음 만난 사람들이랑 얘기 잘 못한다고 솔직히 말하는 다아시. 저런 간결한 대사가 아니었던 것 같다.

 

2) 콜린스 청혼 거절하는 리지는 원작 대비 훨씬 직설적이고 격정적이었다. 제인과 나누는 대화에서도 "진정한 사랑"을 결혼의 제1의 조건으로 두는, 몹시 현대적인 여성처럼 느껴지는데, 사실 원작에서는 막 사랑 최고! 사랑 없으면 안돼! 이런 느낌까지는 아니었거든.

 

소설 감상에는 깜빡하고 빠뜨렸는데, 원작은 젊은 남녀들이 누구 할 것 없이 상대방의 재산이나 지참금, 지위를 훨씬 노골적으로 재는 뉘앙스가 강해서 좀 놀랐었다. 지금 기준으로는 엄청 속물적이랄까. 물론 결혼이 가문간 결합이고 여성은 자립이 쉽지 않았던 당대의 시대상 감안하면 당연한 거겠지만. 

 

아무튼 이런 뉘앙스들이 영화에서는 꽤 현대인 입맛에 맞게 손질되었더라 ㅎㅎ

 

3) 같은 맥락에서 영화에서는 다아시가 빙리랑 제인 못 이어지게 한 것도 '제인이 빙리를 사랑하는지 몰라서'가 제일 큰 이유였다고 말하는데, 원작에서는 베넷 가족의 무례함이나 진상력을 더 큰 이유로 들었던 것 같거든.

 

4) 첫 고백씬도 원작 다아시가 훨씬 매콤했다. 나에 비해 느그집 너무 격떨어진다는 말을 진짜 개 쎄게 하는데 아무래도 현대적 관점에서 보면 좀 매력이 훼손될 여지가 있어서 ㅎㅎ 영화 대사는 그런 부분을 상당히 뺀 듯.

 

그리고 원래는 다아시가 샬롯네 혼자 있던 리지한테 막 갑분 갈기는 느낌인데, 영화는 교회에서 피츠제럴드한테 얘기 들은 리지가 충격받고(물론 원작에선 이 얘기 듣는 장소도 교회가 아니었고, 피츠제럴드는 본인 돈 없어서 청혼 안 할 거라는 의사를 리지한테 돌려서 표시하기도 했었다) 밖으로 나와서 감정 삭이다가 바로 다아시 고백이 휘몰아친다. 당연히 원작보다 극적이지만, 비까지 내려갖고 다아시의 넓은 이마에 미역처럼 들러붙은 가닥가닥 머리카락이 굉장히 신경쓰이는...그런 씬...!

 

5) 아 그리고 댄스하면서 서로 짧은 사이사이에 대화 나누는 것도 꽤나 긴박하고 몰입감 있게 느껴졌다. 소설에는 이런 씬이 아예 없었던 것 같은데, 굿굿.

 

6) 그 외에 쳐낼 에피소드들은 쳐내고 부각할 건 하고 손질할 건 해서 최대한 1편짜리 영화로 잘 정리하려고 한 것 같더라. 아 원작에는 없던, 바깥에서 청혼 연습하는 빙리도 귀여웠다 껄껄껄.

 

- 아쉽게도 리지가 펨벌리의 안주인이 된 후일담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적절한 끝맺음이었다고 생각한다.

 

소설을 영화로 잘 개작하려면 굉장히 섬세하고 복잡한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보면서 절절하게 느꼈다.

에피소드를 시계열에 따라 하나하나 분해해서 그걸 재조립하면서도 원작의 흐름과 캐릭터를 훼손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거 정말 보통 일이 아닐듯. 이 작품이 그 작업을 대단히 훌륭하게 수행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영화랑 원작을 이렇게 상세하게 비교하면서 감상한 건 처음이라 ㅎㅎㅎ 암튼 잘봤다 재밌게.

 

어오 뿌듯 ㅎㅎ 나 이제 영화도 봤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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