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거의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3년째, 이맘때쯤에는 늘 여유가 없어진다. 삭막하고 차가운 공기 속에서 무거운 판단을 마주한다. 스스로의 밑바닥을 본다. 되새긴다. 불안정함. 후회. 원망. 자책. 뒤섞인 감정들. 여러모로 별로 유쾌한 시간은 아니다.

좋은 점도 있다. 이게 성장통이라고 믿으면, 희망도 약간은 가질 수 있다는 것. 아무튼 뭔가를 씨게 배운다는 것.

물론 올해는 다르게 보내려 애쓰고 있다. 좀 더 나아진 마음으로, 보다 의연하고 담대하게.

아무튼 그런 시기란 거다. 컨텐츠나 창작과는 잠시 멀어질 수밖에 없는 메마른 시간.

그럼에도 예능 한 개와 드라마 두 개를 찍먹할 수 있었던 건 홈트할 때 볼 영상이 마땅히 없어서였다. 홈트하며 늘 켜놓던 침착맨도 시들하고, 기왕 운동할 때 뭐라도 유명작들 인풋하자 싶어서 택한 게 바로 제목의 세 프로그램이었다.

이하는 감상.

 

 

1. 흑백요리사

연말 연휴때와 설날에 ktx에서 몰아봤고 마지막 남은 두어편을 홈트하며 띄엄띄엄 봤다. 우승자는 어차피 스포당한 상태라 후반부 두세 편은 끊어서 봐도 상관이 없었다.

이 예능을 조금 늦게나마 본 이유는 오징어게임을 본 이유와 동일했다. 연간 히트작은 봐야지 싶어서. 대중컨텐츠 창작하려면.

 

- 매 회차 엔딩이 예술이었다. 오징어게임(시즌 1)과 마찬가지로 감탄이 나오는 끊기였다. 아마도 네임드였던 누군가가 '작가의 목표는 독자가 오로지 다음 텍스트를 읽게 하는 것' 과 비슷한 말을 했는데, 과연 인기작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계속 지켜보고 싶게 만든다.

 

긴장감, 결말에 대한 궁금증,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지하고 또 증폭시켜 나가는 전개. 세트장의 규모와 훌륭한 음식들을 통해 획득 가능한 눈요기의 즐거움. 과연 잘 만들어진 예능이었다.

 

- TV 프로그램(맙소사...이 예능에는 들어맞지도 않는 표현이네 ㅋㅋ)을 거의 안 보는 나는 사실 서바이벌 예능도 크게 흥미가 없다.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 게 17년도의 프듀2 정도ㅋㅋ 아무튼 나는 이쪽 장르를 특별히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서바이벌 예능이 좀 피곤하다고 느끼기도 하는 취향이다.

 

프듀2 볼때도 연습생들이 애쓰는 취준생같아서 좀 피곤했거든. 하지만 프듀2도 흑백요리사도 그러한 피로함을 다소간 감내하고라도 보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그리고 둘다 한 획을 그은 대박작이라는 공통점이 ㅎㅎ 나 같은 사람들도 포섭하는 작품들이라 대박이 난 거겠지.

 

- 솔직히 출연자 모두가 호감이지는 않았다. 흑수저 중에서는 내가 영 싫어하는 유형들이 꽤 있었고, 걔네 빨리 좀 떨어지면 좋겠다 싶기도 했다. 안타깝게도 그 중 둘은 아주 오래 살아남았다^_^...거울치료는 됐다. 저렴한 말투 쓰니까 사람이 진짜 너무 싼티나더라고. 그 뒤로 나도 욕설은 좀 조심하려 한다.

 

- 중도 방출 미션은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고 있었다. 보고 이해했다. 외국 반응은 모르겠지만 한국 사람들의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불리한 입장에 설 것을 알면서도 사람 하나 지목해 내쫓는 거잖아.

 

서바이벌이라 한들 현실의 불합리함을 너무 끌고 들어오면 지켜보는 사람들이 불쾌감을 느낀다. 예능에서라도 좀 정정당당하고 공정한 룰이 적용되었으면 하니까, 다들.

 

바꿔 말하면 안성재와 백종원의 평가가 납득 가능하게 공정했기에 이 프로그램이 인기를 끈 거겠지.

 

- 기록해두고 싶은 quotation이 두어 개 있었다. 캡쳐라도 하고 싶었는데 넷플릭스는 폰 캡쳐하믄 화면이 까맣게 되더라고 ㅎㅎ...

 

대충 이런 거였다. 9화쯤이었나, 먹방러들 초청 미션(위에서 말한 방출 미션)에서 "고객이 많이 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재방문을 하는 게 중요하다." 고 했던 백종원의 말, 정신없는 미션 와중 유일하게 고객의 피드백(음식이 남은 접시)을 신경썼던 정지선 쉐프(그리고 백종원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그 다음 회차쯤 에드워드 리가 했던 "다시 되돌아가서 무언가를 고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부정확) 뭐 이런 말들.

 

그리고 마지막 엔딩에서 요리에 대한 열정을 숨김없이 내보이던 많은 요리사들. 분야는 다르지만 그들의 요리를 향한 마음이 절실히 와닿았다.

 

나도 마음 깊이 이끌리는 분야가 있어요. 나도 여러분들과 같아요. 아...조금 열정이 덜할지도?ㅋㅋㅋ 나는 창작에 나를 전부 내던질수는 없으니까.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를 좋아하지만 나는 돈도 간판도 중요해요. 그래서 입으로는 좋아한다고 하면서 몸은 충실히 간판을 따라 왔어요. 위너테잌스올 같은 건 없지만 상대적으로 훨씬 안정적이고 노잼인 필드로.

 

물론 이제는 간판이 별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되어가고 있다. 피똥싸며 조그만 간판이라도 따려 애썼던 입장에서는 다소 허탈하지만, 한편으로는 설렌다. 내가 가지 않았지만 앞으로는 가려는 길에도 좀 더 많은 가능성이 생기는 거니까.

 

아무튼 끝까지 다 봤네. 중간에 좀 지겹기도 해서 한달쯤 건너뛰었다 보기도 했는데, 2배속으로 돌렸으면 훨씬 효율적으로 정주행 가능했겠다는 생각이 8회쯤 와서야 들었다 ㅎㅎㅎ

 

 

2.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1화)

 

- 흑백요리사를 본 후 선택. 몇년 된 드라마지만 연간 히트작이니까 찍먹이라도 해보자 싶었다. 홈트하면서 끊어서 봄.

 

- 확실히 훌륭한 1화였다. 1화는 무조건 좋아야 한다. 짜장면이 제때 나와야 하는 것처럼 드라마도 1화부터 좋아야 한다. 우영우는 탁월한 1화로 ENA에게 요즘 지상파 10번쯤 후려갈기는 역대급 시청률을 선사했다. 

 

- 1화만 본 감상이지만 힐링 드라마의 결에 가까웠다. 어둡고 칙칙하고 잔인한 것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는, 그럼에도 유치하거나 가볍지는 않은 드라마였다. 정의롭고 착한 드라마. 눈살 찌푸리지 않고 머리 아프지 않게 볼 수 있는 드라마. 그럼에도 좋은 짜임새. 역시 대박을 치려면 하나만 좋아서는 어렵다. 여러 요소가 다 좋아야지 ㅋㅋ

 

- 드라마에서 파생됐던 밈들의 상당수가 1화에서 나온다. 그만큼 인상깊고 좋은 1화였다는 거지. 물론 유명한 '섭섭한데요'는 후반부에나 가서 나오겠지만 ㅎㅎ

 

- 좋은 드라마였지만 이와는 별개로 2화에 손이 가지는 않았다. 1화에서 이 드라마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풀리기도 했고, 예고에서 보이는 2화 사건이 딱히 구미가 당기지가 않았다. 결혼식 중에 드레스 벗겨져서 호텔측 고소한 신부(?)...공수치 좀 느껴지기도 하고 뭔가 딱히 막 암튼...흥미롭지는 않아예...3화쯤부터 시청률 확 튀었으니 2화도 당연히 좋겠지만, 아무튼.

 

 

 

3. 나의 완벽한 비서 (~2화)

방금 홈트하며 1화 봤다가 2화까지 다 봤네. 사실 이거 보고 간만에 감상 쓰자 싶어서 블로그 켜서 포스팅한다 ㅋㅋㅋ

 

- 이 드라마, 배우들 인물 합이 너어무 좋다. 나는 드라마도 물론 잘 안 보지만 로맨스 장르는 더욱 잘 안보는데, 실사는 별로 흥미 없기도 하고(이게 무슨 뜨억같은 발언이람ㅋㅋ 니예 십뜨억 맞읍니다) 또 이게...아무리 연예인들이라 해도 외모합이나 케미가 잘 안맞는 경우가 많다.

 

아무리 대박이 난 드라마라 한들 내 기준 여남주 외모합이 엄청 좋지 않으면 안 보게 된다. 로맨스는 더더욱 그렇다. 그리고 막상 외모합 좋아도 내용이 내 취향 아니면 또 못보고요...(ex-눈물의 여왕) 아무튼 드럽게 까다로워서 내가 끝까지 본 로코 드라마는 진짜 손에 꼽을 지경이다. 별에서 온 그대 정도? 진짜 이거말고는 안떠오른다;;;

 

사실 별그대도 외모합이 미묘하게 안 맞는다고 느꼈다. 김수현은 물론 훌륭한 외모와 연기력을 지닌 배우지만 여배들이랑 붙이면 얼굴이 너무 작아가지고...쉽지 않다. (이게 되게 아쉬웠던게 해품달 ㅋㅋ) 도민준과 천송이는 차라리 도둑들에서처럼 설듯말듯했던 럽라가 더 잘 어울렸던듯. 별그대 스토리도 중후반에는 산으로 가서 약간 의리로 끝까지 봤다.

 

아무튼! 나완비의 이준혁과 한지민은 진심 미친 외모합을 보여준다. 존잘존예로 외모 레벨도 아아주 잘 맞고(개취로 로맨스에서 외모레벨 안맞는것만큼 불편한게 없다;;), 그림체도 찰떡이고, 두 배우 다 호감 이미지라 더 좋았다. 연기도 좋고. 내 입맛에 딱인 이런 드라마 진짜 만나기 힘들그등요...! 내내 잇몸미소 지으면서 봤다.

 

- 고개를 조금 갸웃하게 하는 건 극의 개연성이었다. 드라마에 본인 필드 비슷한 거 나오면 누구나 현실과 얼마나 비슷한지, 또 다른지 신경쓰자네? 뭐 그런 느낌이었다.

 

물론 나완비의 직장이 내 직장과 완벽히 겹치지는 않지만...그래도 짬 제법 찬 직장인 입장에서 읭? 싶었던 점들이 좀 있었다.

 

- 첫번째로 한수전자 내에서 유은호의 능력치가 직위대비 너무 컸다. 송 부장이 유은호를 괴롭히는 이유가 1화에서 다 나오는데, 애기가 아파서 중요한 프로젝트를 앞두고 육아휴직을 해버렸다는 것. 그래서 송 부장이 승진도 물먹고 프로젝트를 타 부서에 뺏겼다는 것.

 

...?? 아니 머선 과장이 그정도로 능력이 좋아? 아니, 이건 능력 문제가 아니라^^; 10학번 과장은 한수전자급 규모에서는 진짜 그냥 일개 나사못일 뿐이다. 갓 신입티 벗은 나사못이 뭔 회장님 지시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키맨이라고; 여기서 몰입이 확 깨져벌였다. 유은호가 회장님 손주가 아닌 이상(설령 손주라 해도 좀...!) 아무리 날고 기어도 이건 구조적으로 불가합니다.

 

물론 재벌남이 아니니 어느정도 능력치 버프가 필요했겠고 내용상 부장에게 찍혀 한수전자에서 뱉어져야 하니까 저렇게 이야기를 전개한 거겠지만...그래도 좀 더 나은 방법이 없었을까.

 

장르가 다르고 1화밖에 안보긴 했으나 우영우에서는 이런 억지스러움이 없었다. 남주 이준호는 변호사인 우영우보다 스펙이 처지는 송무팀 직원이었지만, 초반의 친절하고 호감 사는 애티튜드(와 잘생긴 외모)만으로도 충분히 유능한 인물이자 남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유은호도 뭔 핵심 프로젝트에서 얘가 빠지면 망해서 부장이 앙심을 품고...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히 일잘러로 보일 수 있었을텐데. 부장이 유은호 괴롭히는 것도 약간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수동공격 정도도 아니고 요새 저러면 빼박 직장내괴롭힘 아닌가여...? 회식 분위기를 저렇게까지 ㅈ창낸다고?

 

게다가 감사 및 징계퇴사 과정도 황당했다. 아무리 송 부장이 농간을 부렸더라도 뭐 임원급도 아니고, 양 팀장 퇴사 속사정이나 유은호가 송 부장한테 찍힌 정황 등 내부에서 다 알텐데 감사가 뭐 그리 허술합니까 예? 유능한 유은호라면 증거 싹 모아서 송 부장 역공할 능력도 충분할텐데?

 

물론 이 정도 상황 아니면 유은호가 회사에서 뱉어지는 결과가 나오기 쉽지 않았겠지. 차라리 송 부장이 딸 욕하거나 선넘는 발언 해서 빡돈 유은호가 때려치는걸로 하지 싶다가도, 유은호는 충동적인 캐릭터가 아니니(송 부장 괴롭힘에도 계속 꿋꿋하게 참음) 그렇게 얘기 풀기도 어려웠을테고.

 

아무튼 유은호의 회사 내 입지나 퇴사하기까지의 과정이 좀 더 개연성과 현실성이 있게 풀릴 수도 있었을텐데, 이건 작가분이 대기업 사무직에 발끝도 안 담가본 느낌이다. 하기사 보통은 그렇겠지...오피스 로맨스 드라마의 직장 묘사는 대체로 이런 느낌인가? 달리 본 게 없어서 모르겠네;; 무난하게 쓴 재벌남주 로설 웹소보다도 허술한 너낌이...

 

- 개연성과는 별개로 유은호의 애환을 보는 건 감정이입이 됐다. 조직생활 더럽고 짜치는 거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느끼지 않읍니까. 회사라는 곳에서 시간을 팔아 돈을 사고 그걸로 생계를 꾸려갈 수밖에 없는...경제적 자유가 없는 우리들의 슬픈 자화상...따흐흑...

 

송 부장이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유은호를 괴롭히는걸 보면서, 실제로 상사에게 저렇게까지 당한다면 피해자는 마음이 깊이 병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잘러 능력남주 설정이라 의연하게 받아넘기는 걸로 그려졌지만 저건 진짜 정신과 치료 받아야 될 정도 아닌가;

 

-  비슷한 맥락에서 2화도 좀 보기 힘들었는데, 2화 내내 강지윤에게 무시와 냉대를 당하는 유은호에게 더 감정이입이 되어서였다. 당연함. 직장인은 사장보다 부하에게 이입할 수밖에 없음.

 

1화에서 "헤드헌터는 원래 이딴 식으로 일하냐"고 말한 유은호가 강지윤 입장에서는 극혐일수도 있다. 하지만 너무...너무 심하게 무시하고 냉대하자나여...아니 사장이 저러는데 회사 어케 다녀요 진짜...아무리 본인 채용해 준 이사가 자기편이라고 해도 회사 대표가 저러고 내가 대표 비서인데요...

 

강지윤도 그 정도로 싫으면 며칠째 무시하고 그럴게 아니라 유은호랑 면담하고 당신 채용할수 없다고 내보내야 되는 거 아닌가? 결정 권한은 어쨌든 본인에게 있는데 비서를 내보내지도 않고 며칠씩 무시하고 똥씹은 얼굴로 냉대하는게 진짜 이해가 안 갔다. 아니 유능하다면서요...헤드헌팅 사업 크게하는 사람 태도가 이뭐 초딩도아니고;;;

 

물론 2화에서는 강지윤의 이 태도를 설명하려는 듯이 어린시절 얘기가 좀 풀렸지만 그럼에도 충분히 납득되지는 않았다. 면전에서 저 정도로 계속 심하게 냉대당하는데도 꿋꿋하게 참고 서글서글하게 구는 유은호가 대단한게 아니라 다소 기이해 보일 지경이었다;

 

아 물론 산이 깊어야 골도 깊고 혐관도 초반에 심해야 럽라가 그만큼 달게 느껴지겠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나으 직장인 자아는...저렇게 깔아놓은 전개들을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하였읍니다...

 

- 이쯤에서 내가 너무 비딱한 시선으로 보나? 이준혁의 존잘외모에 홀려 너무 유은호 편만 드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지민과 이준혁의 롤을 맘속으로 한번 바꿔 보았는데요...

 

저렇게 말꼬투리 잡고 지랄하는 대표가 남주라고? 즉시 쌍욕을 갈기고 드라마 하차할것 같다;;; 저 정도로 구는 남주라면 진짜 아무리 얼굴이 이준혁이라도 와장창 깨고 개 꼴보기싫을듯.

 

아니 능력녀 한지민이 뭐가 아쉬워서! 차라리 리트봐서 로스쿨 가 아니 애가 있어서 어려우면 공부방을 차려! 비서는 뭔 비서 저딴남주 필요없어 때려쳐! 이랬을듯 ㅋㅋㅋㅋㅋ

 

예...그냥 을에 이입돼서 을 편을 드는 것이었고요...하...ㅋㅋㅋ

 

- 2화 후반부에서 강지윤이 자꾸 훼방놓는 전 직장 대표에게 찾아가 경고하는 부분도 좀 읭스러웠다. 경고가 문제가 아니라 정황상 강지윤은 살인자라는 오명을 쓰고 퇴사한 모양인데, 아니 1화에서 레퍼런스 체크가 중요하다고 뻔히 설명해놓고 강지윤이 저런 평판이다...?

 

전회사 평가가 살인자 어쩌고가 나올 정도로 최악인데 퇴사후 동종업계 회사를 차려서 저정도로 승승장구한다는게 지금 말이 돼요...? 아니 다른거 다 흐린눈 해도 이건 진짜 도저히 받아들일수가 없다ㅋㅋㅋㅋ

 

아무튼 극도로 적대적인 분위기의 전 회사에서 손가락질 당함+마침 아버지 기일 가까워 컨디션 최악인게 합쳐져서 쓰러질뻔하고, 그걸 또 뒤따라온 유은호가 붙잡아주는 식으로 2회가 끝났는데...이것도 좀.

 

애초에 전 회사로 향하기 이전부터 강지윤이 유은호한테 따라오지말라고 개 싸늘하게 말하고 갔그등요. 그걸 굳이 뒤쫓아간다고? 그 전부터 겹겹이 냉대와 무시가 쌓여 있었는데도 꿋꿋이 뒤따라가는게 기이할 지경이었다.

 

- 지금 기이하다는 말 두 번째 쓰는데, 유은호의 저 행동들이 '완벽한 비서' 캐릭터 설정으로도 납득이 안될 정도기 때문이다. 아니 저건 완벽한게 아니라 거의 인간적인 감정이 없는 싸패아니여?...

 

아 뭐 뒤쫓아간 건 (끼니 챙기기처럼) 서 이사가 부탁했다거나 하는 식으로 3화에서 설명해 줄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게 문제가 아니다.

 

- 유은호는 송 부장이나 강지윤 같은 상사들에게 아무리 심한 일을 당해도 살짝 한숨을 쉬거나 눈썹을 조금 움직일 뿐이다. 괴로움과 씁쓸함을 참고 딸을 위해 애쓰는 직장인이 아니라, 그냥 별 감정이 없는 사람같다. 그게 위화감이 든다.

 

한수전자에서도 사직서 낼까 말까 하며 동기와 티키타카하는 씬이 있는데, 이것도 별로 안 힘들어 보인다. 딸 학비 대출금  돌봄도우미 비용 등등 사직서 못 낼 이유가 줄줄 나오는데도 그닥 인생의 쓴맛을 감내하며 버티는 것 같지가 않다.

 

완벽한 남주니까 정서도 안정되어 있어서 그런 걸까? 그런데 그 안정의 정도가 멘탈단단 수준이 아니라 뭔 티타늄같은...?;

 

연기의 문제일까? 아마 아닐 것 같다. 이준혁 얼굴에 홀려서 쉴드치는 건 아니고! 정말로 연기가 어색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이준혁은 캐릭터를 충실히 연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애초에 캐릭터가 그렇게 조형되어 있는 걸까.

 

어쩌면 불안정한 여주인 강지윤을 완벽히 보좌해야 하는 성격의 남주라 그렇게 만들어진 건지도 모른다. 남주는 혐관+을 포지션으로 시작하는 초반을 그 어떤 흠집도 나지 않고 의연하게 버텨야 하니까. 여기서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재벌이라는 로맨스계 기본속성조차 없는 남주의 매력이 감소되는 건 물론이고, 추후의 럽라에도 불순물이 섞일 테니까. (이를테면 자격지심이나 초반 여주의 냉대에 대한 원망같은...로맨스 남주에게 절대 결코 네버 있어서는 안되는 것들이다ㅎㅎ)

 

이렇게 쓰다 보니 작가가 남주 캐릭터를 왜 살짝 인간냄새 덜 나는(?) 느낌으로 만든 건지 알 것 같기도. 이게 최선의 선택인 건지는 여전히 약간 의문스럽지만.

 

- 아오 개 길게 썼네 ㅋㅋㅋ 드라마 보면서 고개 갸웃거려지는 것들 위주로 분석 삼아 정리하긴 했지만, 아무튼 2화까지 봤다는 건 그만큼 흥미롭게 재밌게 봤다는 거고요. 2화를 누르며 내가 기대했던 바는 일 빼고 엉망진창 와장창인 여주를 남주가 얼마나 완벽하게 챙겨줄까 하는 점이었다.

 

아쉽게도 초반 혐관 절정이라 아직 여기까지는 안나왔고요. 이제 슬슬 풀리겠지. 계속 보다 보면 여따가 줄줄 적어둔 아쉬움이나 의문점들 중에서 해소되는 부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마지막 회차까지 시청률이 팍 치고 나가지 못한 걸 봐서는 크게 기대를 안하는 게 좋을듯? 시청자들 눈은 아아주 무섭고 냉정하그등요...

 

물론 요새 시장에 10프로 넘긴것도 대단하지만, ena에서 방송된 우영우는 17.5를 찍었고요...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면 사람들은 그만큼 더 본다. 짜임새와 매력과 이런저런 요소들을 합쳐 나완비는 시청률 11프로 정도의 작품이라는 거겠지.

 

어쨌든 난 우영우보다는 이쪽에 손이 더 간다. 앞에도 썼지만 이런 주인공들 외모합 정말 흔치 않고요ㅋㅋ 그것만으로도 로맨스 드라마 안 보는 나를 드물게 끌어들인 작품이다.

 

홈트하면서 당분간은 켜놓지 않을까 싶네.

 

+ 내용추가) 홈트하면서 3편 볼까하고 켰는데 도입부터 또 강대표가 틱틱거려서 불편해서 껏읍니다...물론 로맨스에 도달할테지만  지금은 갑질당하는 을에 감정이입 너무 돼서 손이 안가네 ㅋㅋㅋ 걍 보던대로 침착맨이나 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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