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서양 남자 게임 오타쿠들은 이런거 좋아하는구나.....(무관심)
내내 이 상태로 봤다.
보기 전에 호불호가 갈리는걸 확인했지만 보통 나는 이런 삐까뻔쩍하게 CG를 쳐바른 블록버스터를 매우 선호하기 때문에, 게다가 감독이 스티븐 스필버그였기에 고민 없이 선택했다. 다만 오늘쯤 되니 상영관에서 거의 다 내려갔고 주변 영화관에 남은 거라곤 아침 9시 50분 조조뿐.
그래서 오늘은 매우 소듕한 근로자의 날임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힘겹게 몸을 일으켜 영화관까지 향했다. 심지어 지하철을 한번 갈아타야돼서 그리 가깝지도 않았는데!
솔직히 9시 5분에 이불에 누워 시계를 보던 채로 잠깐 고민했지만, 그래도 1월 이후로 영화 처음 혼자 보러 가는거기도 했고...무엇보다 슈아브를 들를 생각에 결국 털고 일어난 거였다.
예 아무튼. 보러갔읍니다.
근데 영화시작전에 엄마랑 7~8살 남짓 돼보이는 남자애가 같이 들어와 내 앞줄에 앉더라. 읭...12세관람가인데...? 이때부터 좀 불안했는데 역시나 ㅋㅋㅋ 아줌마가 존나 영화 시작해서도 계속 애랑 떠드는 것이었다ㅋㅋㅋ 이런 관크 스테레오타입들은 행동이 빗나가는 꼬라지를 못봄 ㅋㅋㅋ 암튼 얘네때문에 극초반부를 집중못하고 거의 날렸다 ㅠㅠ
나는 그럼에도 그사람들 뒷자리라 소리가 크게 들리진 않았는데, 그사람들 주위 양옆앞은 많이 짜증났을것이다. 역시나 아줌마랑 애 옆에 앉아있던 다른 남자관객이 한마디 하고서야 조용해졌음.
아 근데 보다보니 문제는 관크가 아니여. 노잼이여. 일단 적대기업의 이름이 IOI라서 좀 몰입감이 떨어지기도 하곸ㅋㅋㅋ 그다지 잘 만든 영화같지가 않았다. 유치하고, 개연성은 떨어지고, 캐릭터도 고개를 갸웃하게 만들었음.
예를 들어 IOI의 리더 김세정...이 아니고 놀란 소렌토는 너무 평면적이고 허술한 악역이었다. 그정도 되는 기업의 총수가 저렇게 허술하게 움직인다고? 길바닥에서 막 사고치고 빈민촌을 폭파시키고?ㅎㅎㅎ
게다가 주인공 웨이드 와츠, 그래 너. 너 때문에 빈민촌 타워 하나가 날아가고 이모가 죽고 거리가 쑥대밭이 되었는데도 너는 다음 장면에서 바로 사만다가 이끄는 반군 집단(?)에 들어가 간질간질한 분위기도 연출하고 게임을 계속하더라. 물론 영화 속에서 게임은 현실에도 영향을 크게 미치는데다 심지어 현실을 휘두르기도 하지만, 주인공이 직전의 큰 사고에 대한 그 어떤 충격이나 슬픔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몰입감을 저해하는 또 다른 요소였다.
말이 나온 김에 사만다가 이끄는 반군 집단(?)이라는 것도 놀라웠다. 게임을 통해 불법적인 노동착취가 일어나고 있다면, 이를 해결코자 반군을 조직해 그 게임 속에서 개발자가 남긴 마지막 미션을 수행하나 보통?; 법적으로 대응하거나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위험성을 널리 알리거나 하다못해 레지스탕스처럼 IOI를 습격하는게 아니라? 막상 IOI는 그 반군 기지를 총들고 와서 다 때려부수던데요? 뭔가...반군활동의 핀트가 엇나간 느낌....
물론 현실 배경은 황폐한 미래라 법적 대응이 그다지 소용없을지도 모른다. 근데 막상 할리데이가 모로에게 지분을 넘기거나 할 때는 또 그런 부분들이 잘 이행되고 있는것 같고요...?
암튼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경찰들을 보면 공권력이 아예 작동하지 않는 세계는 아닌 모양인데(게다가 출동하는 경찰들의 복장이나 차가 넘나 깔끔한 아메리카의 그것이라 좀 괴리가 있었다;;), 이 영화는 현실보다 가상세계에 비중을 두다 보니 현실세계의 볼륨을 한없이 줄여버렸다. 가상세계의 그래픽은 더할 나위 없이 정교하지만 배경의 현실은 그 3D그래픽의 반의 반도 못 따라갈 정도로 허접했달까...이 세계는 어디까지 황폐해있고 어디까지 멀쩡히 돌아가고 있는지가 좀 의아했음.
그리고 멋지라고 내 놓은 장면들이 꽤 있었지만 내겐 멋지진 않고 그냥 되게 오그라들고....그랬다....예를 들어 게임속 퍼시발의 일장연설이라거나. 다이토가 건담이 돼서 날아가는 장면이라거나(이 장면 진짜 소름돋을 정도로 오그라들었다)...;;; 게임의 역사를 기억하는 서양오타쿠들은 눈물흘리면서 재밌게 봤을지도 모르겠는데 저는 그냥....무감흥이었어예......
암튼 그다지 내 코드는 아니었음. 유치하다해도 발레리안같은건 내 안의 소녀심ㅋ을 자극해서 재밌게 볼수 있었는데 이건 날 위한 영화는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웨이드 와츠는 전세계 너드 오타쿠들의 메리 수 같은 존재랄까.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하지만ㅡ현실만이 현실이다ㅡ정작 이 영화를 보며 열광하는건 환상을 좇는 부류의 사람들이겠지. 안노 히데아키가 에반게리온을 통해 오타쿠들에게 현실을 살라는 메시지를 주려고 했지만 정작 그 작품은 오타쿠들의 캐논같은게 돼버렸듯이 ㅎㅎㅎ
어릴 때, 아니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해도 나 역시 꿈속에서 하는 유영을 즐겼다. 헌데 지금은 취향이 변한 게 명확하게 느껴진다. 현실의 색채는 환상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강렬하게 와닿는다. 그게 환희건 절망이건 재미건 슬픔이건.
그래서 지금 내게 있어 최고로 짜릿한 판타지는 서울 한복판, 고급 아파트나 유엔빌리지에서 사는 거. 벤틀리를 타고 버킨을 들고 옆에는 잘생긴 키링남을 두는 거ㅎㅎㅎ 더이상 만화캐릭터도, 아이돌도 덕질의 대상이 되어지지가 않는다. 다만 돈을 아주 많이 가지고 싶다.
영화 감상문인데 결론 무엇ㅎㅎ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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