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우 어제 드디어 끝냈다!!!!!
이 게임 잡은지 며칠쯤 됐나. 스크린샷 확인하니 12월 29일이네.
중간에 건너뛰는 날도 있었지만 암튼 퇴근하고 조금씩 해서 겨우 엔딩 봤다. (지긋지긋)
12월 스팀 겨울세일때 만몇십원 하길래, 그리고 10년된 내 컴퓨터에서도 의외로 돌아가는 사양이길래
그간 찜해두었던 산나비를 샀다.
워낙 스토리 평이 좋은 듯해서, 이런 건 사서 해봐야지? 라고 생각했고,
처음 시작할 때 난이도 정하면서도
뭐 내가 특출나게 못하거나 잘할거 같지 않으니 (그간 모든 게임에서 그랬던 것처럼) 난이도도 대충 보통이면 되겠지? 라고 생각했다.
^^...챕터 1 돌입하고 얼마 안 있어 나는 이 결정들을 후회하게 됩니드.
이하 산나비 플레이 감상.
후반부로 갈수록 스포가 함유되어 있고, 중요 스포 나올거 같으면 앞에 경고문구 들어갑니다잉.
감상문이 늘 그렇듯 길기때문에 3줄요약 보려면 스크롤 쭉 내리면 됩니다잉. 나 말고 이걸 읽는 사람이 있다면!
발랄한 분위기의 튜토리얼이 끝나고 나면, 주인공은 모종의 임무를 받아 마고특별시로 향하게 된다.
이건 마고시에 도착한 주인공, '준장'. 별 단 군인이고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캡쳐할 때는 몰랐는데 더불어 행복한에서 어랑 복이 빠져서 더 불행한 도시가 됐네 ㅋㅋ
암튼 쪼꼬만한 도트지만 준장님은 한쪽 팔에 커다란 사슬을 달고 있다. 이 사슬로 허공의 지지대를 찍어 가며 이동하는 방식.
이런 장르의 게임은 사실 거의 해본 적이 없다. 비슷한 계열을 떠올려보자면 그나마 어릴때 했었던 소닉? 엔딩 본 기억은 없다^^...
횡스크롤 액션 플랫포머라는 이 게임은 단도직입적으로 피지컬이 중요한데, 나는 스토리를 보려는 마음만으로 안일하게 시작해버린 것이었다...
사람이 1도 없는 유령도시를 사슬팔로 계속 이동하는 준장님.
네온사인 가득한 사이버펑크 느낌...이라기보다는 그냥 평범한 신도시 상가 풍경 같기도 하고ㅋㅋㅋ
국산 게임 별로 안 해서 그런지 한글이 가득한 화면이 낯설고도 반가워서 캡쳐해봤다.
근데 산나비의 세계관은 한국이 아니다. 미래긴 한데, 한국이 아니라 조선이 그대로 발전해 사이버펑크 세상이 됐다는 설정.
그래서 주인공도 군인이긴 한데 소속이 막 의금부 이런다. 정부도 정부가 아니라 '조정'으로 표현됨.
안그래도 한국이 약간 사이버펑크 밈으로 해외에서 소비되는것 같던데...이렇게 전통문화까지 얹으면 해외 게이머들이 더 좋아하려나?ㅋㅋ
암츤 딸을 '산나비'에게 잃은 준장은 복수하려는 일념으로 임무를 받아 산나비가 있다는 마고특별시로 향하고, 사람들이 아예 사라져버린 기묘한 그 도시에서 비밀을 추적해 나간다. 그게 이 게임의 기본 뼈대.
그리고 도시 진입 초반에 동료가 하나 등장하는데, 그게 해커인 금마리다. 발랄하고 통통 튀는 십대 후반 소녀와 과묵한 아저씨...는 내가 전혀 관심 없는 조합이네여.
두 사람은 계속 유령도시를 이동하고, 금마리가 가게에서 초합금 방패를 발견한다.
너어무 반가워서 캡쳐를ㅋㅋㅋㅋ 얼마전까지 그 방패 들고 하이랄 구한 사람 나야나
딴소리지만 저 말풍선은 통상 E를 눌러야 다음으로 넘어가는데, 이게 좀 불편했다. 왜냐면 대사가 별 내용 없는데도 끊어져서 나오는 경우가 많아가지고...
예를 들어
"금마리."
"..."
"금마리."
"...왜요"
뭐 이런 식인데, 저 짤막한 대사 하나하나마다 E 누르는거 좀 귀찮았음요...안그래도 마우스 키보드 누르느라 손 어지간히 피곤한데 이런건 안 눌러도 대충 넘어가게 해 주면 더 좋았을걸 싶음
이건 탈렌트라는 단어에 꽂혀서 캡쳐했나보네 ㅋㅋㅋㅋ
아니 준장 아저씨...실례지만 연세가 어케 되세여...;;;
마고그룹 안으로 들어가면 중간중간 저렇게 큰 사진들이 나오는데, 나일론이라고 그 미국아재 똑닮은 사람도 있었다 ㅋㅋ
사진 커다랗게 걸려있어서 뭐 주요 인물인가 싶었는데 별 의미는 없었다. 뭔가 밈일수도 있는데 난 모르겠네 ㅋㅋ
암튼 나일론씨 포함 큰 사진 걸린 인물들 다 그랬음.
그리고 금마리가 또 가져온 무기들 중에 낯익은 그 물건이...! 너무 눈에 띄어서 캡쳐를 안할 수가 없었다 ㅋㅋㅋ
준장님은 닌텐도 들고 전쟁하러 가시는 부분?ㅋㅋㅋㅋ
이 사람도 뭔가 비중있나 싶어 캡쳐해놓은 모양인데 아무것도 없었고요...
애초에 마고그룹이 빌런이긴 한데, 조직으로서 빌런인거지 저 개개인은 아무 의미가 없었다. 등장x 대사한줄x
그럼 뭐여 큰 사진은 대체 왜 걸어논겨.
아무튼 챕터 1에서 4트 실패하면 피 닳아서 죽는걸 겪고, 일찌감치 난이도를 보통->쉬움으로 내렸다.
이러면 닿으면 안되는 곳에 닿거나 적에게 맞더라도 목숨이 깎이지가 않게 된다.
그럼 쉽게 스토리만 감상 가능하겠지? 휴 쉬움 단계 있어서 넘 다행이야! 했는데^^...
쉬움으로 내린다고 쉽게쉽게 깰 수 있는 게 절대 아니었다.
일단 목숨 게이지가 없어진다고 불사인게 아니다. 지지대 없는 곳에서 추락하거나 즉사기에 닿으면 똑같이 죽고 세이브된 지점에서 재시작.
즉 게임 지형이나 기믹은 '쉬움' 난이도에서도 전부 그대로고, 그냥 피 깎일 상황에서 안 깎인다 뿐이다.
이러면 스테이지 돌파에 필요한 피지컬은 똑같이 요구되는 거다.
하...개발자형들 이게 스토리만 볼수 있는 난이도 맞아? 이게???
이래서 쉬움으로 하면서도 어려운 구간에서 몇트씩 하게되고 슬슬 빡침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빡침의 최고봉은 역시 마고그룹 공장이 스테이지인 챕터 3. 찾아보니 악명이 자자하더라 ㅋㅋㅋ
긴박한 음악 속에서 '감독관'의 눈을 피해 움직여야 하는데, 타임어택 실패하면 즉사라 진짜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나 싶을 지경이 된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진짜 스토리 하나 궁금해서 시작한 건데, 챕터 3까지도 별 내용 진행되는것도 없고 솔직히 그리 좋은지도 모르겠고.
(후술하겠지만 초반 느낌은 그냥 양산형 한국영화 대사 보는 것 같았다)
이걸 계속 잡고 있어야 해, 말아? 게임 구매비용과 여태까지 쓴 시간은 그냥 매몰비용으로 버리고 유투브에서 플레이 영상 보고 치울까?
이런 생각이 수십번은 들었다.
하지만 기왕 챕터 3까지 온 거 여기서 그만두기도 아쉽고, 수십번씩 시도를 하면 어쨌든 족같은 구간도 넘어가긴 넘어가져.ㅠㅠ
이렇게 개 짜증나는 와중에도 한줌씩 성취감을 느끼니까 도중에 그만두지도 않고 계속 하게 되더라고. 하...
새해에는 쌍욕 안하기로 해서 많이 욕 참았다 진짜. 그래도 중간에 튀어나오는 ㅅㅂ은 막지 모다였읍니다.
아무튼 챕터 3은 초중반부터 결국 유투브 플레이 영상을 참고했다.
전설 난이도(ㅎㄷㄷ)로 클리어하신 분이 영상을 올려놨길래, 어려운 구간은 그거 보면서 한땀한땀 따라했다.
진짜 한 30번 넘게 시도한 구간도 있었는데.... 타임어택, 구조물 조준(이것도 화살표 지멋대로 튀어서 진짜 개짜증남) 사격, 꼭두각시 사용까지 하면서 진짜 내가 이거 왜 하고 있지? 새해에는 시간을 훨씬 더 알차고 의미있게 쓰려고 했는데 이딴거 하고 있는게 맞아? 계속 의문을 갖고 플레이했다.
그리고 음악...! 이 ㅅㅂ롬때문에 더 긴장돼서 나중에는 그냥 음악이랑 효과음 다 끄고 유투브에서 잔잔한 재즈음악 이런거 틀어놓고 했다. 하 ㅋㅋ 진심 이렇게까지 해야돼? 싶었다.
나는 이 게임에 별 의욕없는 직장인이라구요...그냥 인풋용으로 스토리만 보려고 했다고요 제발 좀...아 다시는 플랫포머 안해 피지컬 필요한 게임 싹다 꺼져버려!! 이 마음으로 함.
어쨌든 하다 보니 쌍욕나오는 구간들도 넘어가지고, 어느새 선에 닿으면 죽는 즉사기의 막보스 '코어키퍼' 가 등장했다.
이 새끼도 악명높더라ㅎㅎ...
이것도 몇번 죽고나서 아 그냥 전설 동영상 미리 보고 참고해두자 하면서 쭉 봤는데 ㅅㅂ 왜케 길어 싶더라; 그런데 막상 내가 깨 보니 생각보다 금방 끝나네?
그러고보니 그 동영상 제목이 코어키퍼 너프 전이었다. 즉 내가 동영상에서 본 후반부 스테이지 몇개는 그냥 없어진 모양이었다.
나중에 인터넷 뒤져보니 게임 자체 난이도 너프를 여러번 한 모양이더라 ㅋㅋㅋ 그럴만해ㅋㅋㅋ
나는 피지컬이 프로게이머와 와장창 그 어딘가의 아주 넓은 회색지대에 속한 보통 사람인데, 보통의 게이머 1인 내가 이렇게 빡칠 정도면 분명 다른 보통의 게이머즈들도 극대노를 했을 거라ㅋㅋㅋ
개발자 양반들 그냥 쉬움 밑에 왕쉬움 추가해서 즉사기나 추락에도 안 죽는 모드 하나 넣어줘요 그냥...아님 속도를 한 0.5배로 조절할수 있게 해주등가...
어쨌든 코어키퍼까지 끝내고 욕과 함께 감동을 느끼며 다음 스테이지로 향했읍니다.
챕터 4는 최소한 챕터 3처럼 타임어택은 아니어서 훨씬 짜증이 덜했다. 디자인도 핑크핑크해서 밝고, 음악도 긴장감 없고.
그리고 의미심장한 대사를 하는 금마리.
좀 아쉬운건 시작부터 챕터 4의 초반까지도 계속 저렇게 의미심장하기만 하다는 거다. 그리고 이게 반복돼서 좀 지루했다.
비중 있게 상호작용하는 캐릭터가 준장과 금마리 둘 밖에 없는데, 둘이서 나누는 말이라곤 거의
"여긴(이건) 아무래도 이상하군. ㅇㅇ해야 하는데 ㅇㅇ가 아니야. 그렇지 않나?"
"설마 아저씨...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런식으로 상황이 수상하다는 복선만 계속 깔고, 금마리도 뭘 말해줄듯말듯 하다가 결국 말 안하는 반복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고 뭔 중요한 말 하려고 하면 꼭 적이 나타나거나 해서 대화가 끊어진다. 그래서 아 대체 뭔데 뭔소리여? 이런 답답함이 쭉 있었다.
숨겨진 스토리는 챕터 5에서 다 풀리는데, 사실 그럼 초반의 복선 대사들은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일일이 다 기억도 못하그등요. 근데 그런게 좀 불필요하게 많지 않았나 싶음.
물론 그래서 억지로 끝까지 플레이한 것도 있다. 내가 이렇게 빡쳐가며 챕터3을 깼는데 내용 끝까지 안봐? 불새 이렇게 깼는데 엔딩 안볼거냐고^^! 뭐 이런 마인드 ㅋㅋ
이 대사는 이 게임에서 제일 강조하는 대사(의 변주)인데, 준장의 어린 딸은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한게 아니라'고 했고 금마리는 '끝까지 가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근데 끝까지 안가면 엔딩 못보자나 마리야^^...
챕터 4의 비행 기차 위에서 대화를 나누는 두 사람. 중요한 대사는 저렇게 빨간색으로 칠해서 강조해준다.
그리고 드디어 의미심장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숨겨진 진실에 접근하는 대사 한 줄 더 나왔네. 아이고.
플레이하면서 당연히 준장과 금마리의 관계에 대해 추리하게 되는데, 설마 금마리가 준장의 딸은 아니겠지? 아닐거야...그럼 너무 뻔하자나...! 라고 생각했었다.
(이하는 스포입니다) 근데 진짜 딸일줄은...ㅎㅎㅎ 근데 또 그 뻔함을 살짝 비틀어서 너무 뻔하지는 않았다. 금마리는 준장 딸이 맞는데, 준장이 정작 스스로도 몰랐지만 찐 준장이 아니었어서 ㅋㅋ
암튼 저러고 4챕터 중간보스 불새가 나오는디 20트는 한것 같읍니다^^...유투브 공략 영상도 찾아보고 쌩쑈를 하다가, 나는 어차피 미사일 맞아도 피가 안깎이니 아래로 추락만 안하면 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래서 좀 움직임을 줄이고 부서진 기차에서 날아오는 폭탄 잡아서 터뜨리는데 집중하다보니 어찌저찌 클리어해서 넘어갔다. 아오오!!
드디어 마고그룹 최상층에 도착한 두 사람.
여기서 준장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아무도 없는 회의실의 컴퓨터 같은 걸 잘못 건드리고, 그러자 갑자기 안 보이던 시체들이 주르륵 나타나게 되는데...!
시껍한 준장이 회의실을 뛰쳐나가지만 금마리는 덤덤하다. 아 필터 꺼졌어요? 이러는데. 묘하게 싸늘한 금마리의 반응에 당황하는 준장.
그리고 가만히 서 있던 커다란 동상이 개소리를 뱉기 시작한다. 오 중간보스인가? 했는데 송 소령이 해치우니 맥없이 쓰러지더라. 반전이라면 반전이네 ㅋㅋ
하지만 곧 그보다 더 큰 반전이 있었으니...송 소령이 준장을 못알아보고 개 패듯이 패버린다. 그리고 준장에게 엄청난 적대감을 보이는 것과 별개로 금마리를 아가씨라고 부르는데...
아주 준장을 패서 조사버리려는 송 소령을 말리며 금마리는 준장에게 지하에 산나비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부터 드디어! 드디어 스토리를 볼수있는건가 싶어서 둑흔둑흔했다.
송 소령에게 쳐맞고 계단 아래로 또르르...☆ 굴러 내려온 준장. 저 빛 연출 좋다고 느꼈다.
여기서 두 갈래의 길이 나온다. 지하로 내려간다 <-> 다시 올라간다로.
캡쳐에는 안 나왔는데 지하에서는 시뻘건 조명이 올라오고 있다.
여기서 지하로 안 내려가는 사람도 있나여...? 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클리어하고 도전과제 달성률 보니까 절반도 안 내려갔더라? 읭...?
암튼 나는 호기심 가득하게 지하로 내려갔고, 그곳에서 많은 연구원들을 마주치게 된다.
이후는 컷씬으로, 준장이 미쳐 날뛰며 여기 있는 연구원들을 죄다 도륙내버린다.
뭔가 킬빌 류 영화에서 본 듯한 미장센이기도 하고...? BTS 무대가 떠오르기도 하고...?
암튼 이러고서 싱겁게 끝난다. 뭐야 이렇게 끝난다고? 그럼 가야지 진엔딩 보러~
계단을 다시 되짚어 올라가면 송 소령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송 소령과의 보스전.
그나마 난이도 쉬움이라 쉽게 여겨졌던 거의 유일한 보스전이었다 ㅋㅋ
왜냐면 즉사기가 없고 추락할 일도 없어서. 송 소령한테 아무리 쳐맞아도 피가 깎이지 않기 때문에 쫓아가서 공격만 하면 됐다.
문제는 소령이 개 빨라가지고^^ 나으 컨으로 뒤쫓기가 쉽지 않았는데요...! 그래도 어찌저찌 계속 패니까 깰 수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진엔딩이 담긴 5챕터로...!
5챕터는 연출이 좋았다. 튜토리얼의 따뜻하고 안온한 세계가 깨진 데이터처럼 펼쳐지고 브금도 메인테마를 기괴하게 비틀어 놔서 찰떡이었다. 준장은 이 안에서 기억들(정확히는 연구기록들을) 하나하나 찾아 나간다.
처음부터 느끼던 의혹들이 해명돼서 좋았다. 예를 들어 내내 언급도 없던 마누라의 존재라든지. 기록 얼른 다 볼라고 열심히 이동해 나갔다 ㅋㅋ 호기심은 짜증을 이긴드...!
(스포) 결론은 준장은 이미 죽었고, 마고 그룹이 죽은 이의 인격을 데이터화하는 불법 기술을 통해 준장을 여럿 복제해 안드로이드 군대로 양성하려 했던 것...인데. 문제는 준장의 인격을 그들이 원하는 대로 조작하기가 쉽지 않았다는 거랴.
그래서 기억을 조작하고 삭제하고 뭐 염병천병을 떨다가, '산나비'라는 무의식 영역에 자리한 무언가를 건드려 준장을 맹목적인 복수귀로 만드는데 성공한다.
왜 이렇게까지 하냐면.
조정에 도전하려고.
결국 진정한 빌런은 반역 츄라이한 마고 그룹 되시겠읍니다. 하지만 특별히 마고 그룹에 속한 개인이 드러나지는 않는다. 걍 저 연구원들 대화가 거의 다고, 초반 큰 사진으로 걸려있던 인물들이 나서거나 그런 씬은 하나도 음슴. 그래서 좀 아쉽기는 했다. 뭔가 빌런으로 확 표상되는 특정 인물이 없어. 조직이 빌런이래도 결국 의사결정은 윗대가리가 하는건데예.
아무튼 이렇게 깨진 그래픽 같은 스테이지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특히 구조물들이 깜박이며 생겼다 없어졌다 하는 부분에서 또 몇트씩 하고^^...하씨 엔딩좀 보게해달라거!!를 연발하며...
어찌저찌 스테이지 다 깨긴 깼읍니다.
그리고 모든 진실을 알게 된 후 눈을 뜬 준장(사실은 산나비 프로젝트로 이식된 준장의 기억을 가진 안드로이드).
캡쳐는 못했지만 백대령과 마주보던 준장의 모습이 변하는 연출도 되게 좋았다. (스포) 플레이어는 게임 내내 왜곡된 준장의 시각으로만 스스로를 인지했는데, 사실은 본인이 찐 준장이 아니라 깡통에 기억 이식된 상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거라.
영화 장화홍련의 엔딩 즈음 임수정과 염정아 대치 씬이 떠올랐다. 소설로 치면 1인칭에서 3인칭으로 전환되며 반전이 드러나는 느낌이었다. 적재적소에 쓰인 연출 스킬은 언제나 흡족하다.
딸과의 약속을 지키러 가야 한다며 가오잡는 깡통 준장.
상황 파악된 백대령과 송소령도 이 씬에서 절도 있게 경례를 건네는데('금 준장님'이라는 호칭도 여기서야 나온다), 아 여기서부터 시작이구나 했다.
느낌이 온다 느낌이 와 k-신파에 시키는대로 반응하는 내 눈물샘...!
다시 조선 사이버펑크 세계를 낙하해 마고그룹으로 향하는 금 준장.
대체 언제 엔딩보냐며 챕터 선택메뉴 들어가서 진행사항 계속 확인했는데, 그때 언뜻 보고 지나쳤던 5챕터 썸네일 중 하나가 인게임 컷씬으로 등장했다. 그제서야 다리가 깡통로봇인걸 눈치챘다. 암튼 비장한 준장님.
돌아온 깡통로봇에게 쌀쌀맞게 인사를 건네는 마리. 흑흑흑 ㅠㅠㅠ
그래도 애는 착해 흑흑흑흑흑 ㅠㅠㅠㅠ
이제 여기서부터 울라고 주먹으로 치는 회상 장면들이 나온다.
사실 산나비는 마리 엄마가 불러주던 하모니카곡의 제목이었다. 이걸 깡통로봇이 불러주자 눈물을 빵 터트리며 아빠한테 달려가는 마리...!
도트가 아닌 유일한 일러스트. 대사 봐라 저 저 ㅋㅋ
울어라 이것두라 K-신파의 매운맛을 봐라 한국인+세계인두라...!!!!
이 게임의 중심 대사인 "끝까지 가는게 중요한게 아니다"라는 문장의 진정한 뜻.
긍까 하모니카 곡을 개판으로 끝까지 부르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똑띠 잘 부르는게 중요하다는거...맞...지예?
어휴 아무튼 도시 폭발은 딸 대신 핵발전소로 향한 준장님 덕에 잘 막은 듯하다. 어차피 죽으러 가는 거고 플레이어블한 부분이 없어서인지 저 이후의 장면은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후일담과 함께 길고 긴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며 (아마도 후원자들의 이름을 싹 다 넣은듯...?) 게임은 드디어 끝! 아휴!!!
절대 안해^^
아오 그래도 20시간은 안걸렸네^^^
계속 죽어서 개 빡친 와중에도 도전과제 다 밀어보겠답시고 훈련장에서 시간낭비한게 아쉽다. 걍 호로록 다 넘겨버릴걸...
못 깬 과제는 훈련장에서 송 소령 기록 넘기, 전설이 돌아왔다(이건 전설로 클리어 해야되는듯...?ㅎㄷㄷ), 도망칠 곳은 없다 세 개.
도망칠 곳은 없다는 초반에 집으로 들어가서 뭐 꺼내달라는 마리 계속 거절하면 획득되는듯? 몰랐네 ㅋㅋ
전설이 돌아왔다 이건 뭐 시도도 할 생각 없고요...훈련장은 26초인가 하는 송 소령 기록을 깨야 되는데, 30초대까지는 어케어케 됐는데 20초대로는 안 내려가서 한참 시도하다 포기했다.
딴소린데 전현직 프로게이머들이 이 게임 하는거 봤는데 ㅋㅋ 확실히 다르더라...
나는 손가락 뻐근해지도록 여러번 다시 했던 구간들인데, 한두번만에 스무스하게 넘기거나 적들을 순식간에 조준사격 딱딱 해서 박살내는거 보고 감탄했다. 훈련장도 원트에 30초대 찍고 막 그러드만(난 첫트 1분넘었던거 같은데^^)...역시 프로게이머는 재능의 영역인듯ㅎㄷㄷ
아무튼 스토리 보려고 한 게임이니 스토리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하겠다.
- 준수한 내용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높은 게임성(액션 스타일, 아트웍, 배틀 기믹 등)과 결합해서 더 호평을 받은 스토리가 아닐까. 이게 영화나 소설이었으면 이 정도까지 대호평은 아니었을듯...?
- 초반부 대사들은 진짜 양산형 한국영화 보는 느낌이었는데, 유투브에서 스트리머들 플레이 영상 보니 아니나다를까 다들 비슷한 반응이었다. 특히 무기상인 찾아가서 뒤집고 강선이라는 보스랑 맞닥뜨려서 싸울때... 뭐 선수끼리 어쩌고 더럽게 놀아보자고 어쩌고...이런거 이제 별점 2개 관객 50만따리 cj제작 양산형 조폭영화도 잘 안하지 않읍니까?(안봐서 모름)...
- 일본 서브컬쳐향 오타쿠 냄새는 그다지 없었다. 이게 바로 윗 지적사항과 결합돼 조금 흥미로운 지점이었는데, 이 게임 기획자(들)의 갬성은 일본 2D 쪽이 아닌것 같았다. 애니나 라노벨보다는 한국영화를 더 많이 봤을 것 같고, 소년점프보다 판무 웹소(특히 대체역사물이나 군대 소재)를 더 많이 읽고 좋아했을것 같다. 그래서 굉장히 명백한 한국산 맛이 났다. 내가 한국 컨텐츠 일반에서 좋아하고, 또 싫어하는 맛들이 잘 느껴져서 재밌었다.
하긴 이제 한국 서브컬쳐 컨텐츠 전반에서 일본의 영향이 그닥 안 느껴진지도 오래됐다. 여성향은 특히. 아예 없다기보다는 그걸 오래 전 토양으로 삼아 지금은 다른 방향과 갬성으로 발전해가는 게 주류가 됐다는 느낌. 아 물론 메쟈쪽 영화나 드라마(특히)는 그짝 발라버린지 오래고요~
딴 소리지만 기획자가 일본쪽 영향 더 많이 받은 오타쿠였으면 준장 캐디 이렇게 안 했을것 같다ㅋㅋ 게임 전반이 완전히 달라졌을듯. k-신파 너낌도 아니었을 거고.
- (이하 스포) 어린 금마리가 슬퍼하는 아빠를 위해 아빠의 인격 데이터에서 엄마의 기억을 전부 도려냈다는 점이 좀 크리피했다. 아니...8살이라도 천재라매요 빤히 상황판단 다 할 머리로...생각해보면 아빠는 직책 높고 유능한 군인이니 몹시 바빴을테고 본인이 엄마와의 유대가 훨씬 깊었을텐데, 그런 엄마의 존재를 하나 남은 가족인 아빠에게서 지운다? 그럼 아빠 재혼할지도 모르는데? 모르는 새엄마가 우리 엄마 자리 차지할지도 모르는데? 음 좀 이해가 안갔읍니다
- 그리고 아무리 천재라도 고작 8살이 집에서 컴퓨터좀 만져서 해낼 수 있는 인격 데이터화 기술로 이 사태가 벌어진다? 아니 8살의 원천기술로 거대기업이 반역 모의하게 만들 만큼 사이버펑크 조선...허술합니까? 예?
- 애초에 준장의 인격 데이터를 만져서 군대를 양성한다는 마고 그룹의 프로젝트도 매우 납득이 안 갔다. 지금도 agi가 머지않았다는 예측들이 우세하고 장차 전쟁조차도 대신 수행할거라는 관측이 이미 나오고 있는데, 사펑세계관에서 일개 군인의 인격을 군사용으로 복제한다? 이거 걍 운전 잘하는 아저씨 인격 복사해서 자율주행 ai로 쓴다는거랑 다름이 무엇이냐고요ㅋㅋ 마고그룹 CEO 여러분 그 상황판단력으로 하늘에 설라니까 조사쿠 나는거 아입니까
+ 더불어 이런 내용이면 이제 수능에 나올법한 논술 주제로 고민해봄직 한데여... 예를 들어 준장의 인격을 데이터로 가공해 안드로이드에 이식했다한들 이 사람을 준장이라고 볼 수 있는가? 설령 그 인격 데이터가 (게임이 진행되며) 수많은 왜곡/조작을 극복하고 소실된 기억을 되찾아 본래의 상태로 돌아왔다 할지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죽은 시점까지의 데이터일 뿐이고 찐 준장이 살아있었다면 그는 새로이 10년치 기억을 쌓은 인물일텐데? 좀 심하게 말하면 마리는 준장의 10년 전 세이브 데이터를 덮어쓴 깡통에게 아빠라고 부르며 달려든 것이 아닌가? 마리 개천재인데 이게 도대체 가넝한 부분인가? 뭐 이런 ㅎㅎ...
그리고 어차피 핵폭발 막기 위해 가는거면 그 데이터 복제해서 다른 워커에게 이식하면 되는거 아님? 조정에서 뭐라한다고? 아니 원천기술 개발자가 이제와서 이걸 신경써? 그보다 그리 소듕한 아빠가 또 죽게 생겼는데 이 데이터 소실되게 냅두고 신파극 찍는다고?
- 하지만 스토리의 이런 고개 갸웃하게 되는 부분들이 크게 눈에 띄지는 않는다. 이건 영화나 텍스트가 아니라 액션 위주의 게임이니께요...난이도랑 스테이지 보스 기믹 얘기하기도 바쁘니께...
- 여성 팬덤에 넓게 소구할 컨텐츠는 아니라는 느낌이다. 아빠와 딸 뭐 팔리는 관계성이긴 한데, 이런 결의 스토리는 보통 아빠 쪽에 이입해서 보는 소비자들이 좋아하는거 같더라고. (여성향쪽 아빠-딸 관계는 예를 들자면 아빠가 좀더 강한 딸바보 속성에 존잘황제여야 합니드^^...) 그리고 주요 등장인물들이 죄다 군인 설정이다 보니 또 그쪽에 이입or 공감 가능한 경험을 가진 소비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고...아니나다를까 팬아트도 몇개 봤는데 휀걸들의 작품은 아예 없어 보였다.
- 아무튼 내가 잘 먹어본 적 없는 카테고리의 컨텐츠였는데 여러모로 분석할 거리도 있고 흥미로웠다. 하지만 스토리 호평이라고 피지컬이 필요한 게임에 함부로 손대서는 안된다는 교훈 또한 매우 강력하게 얻었다^^.....
이 글 보는 분이 과연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감상 3줄 요약.
- 추천 : 플랫포머 게임에 익숙하다. 피지컬에 좀 자신이 있다. 둘 다 아니라면 시간이 많고 여유 있는 성격이다.
- 비추 : 피지컬 딸린다. 시간도 여유도 없는 지친 사람이다. 빡침이나 스트레스에 취약하다. 신파 싫어한다.
- 총평 : 짜증나긴했지만 뭐 재밌었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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